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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 고운 모래해변, 단지의 한여름 바다 (생존 수영, 돌찜질과 성게) 바닷가에 도착하자마자 후끈한 열기가 발끝부터 차올랐습니다. 한여름 동해의 햇살은 모래알까지 뜨겁게 데워 놓아서, 맨발로는 몇 걸음 떼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 멀리 잔잔하게 반짝이는 물결을 보고 있으면 더위가 조금은 가시는 듯했습니다. 감포 해안 도로를 따라 천천히 내려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푸른 바다에 단지는 진작부터 코를 창에 박고 바깥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백사장을 따라 색색의 그늘막과 텐트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고, 노란 튜브와 고무보트가 모래밭 곳곳에 굴러다니는 모습이 한여름 성수기 바다 그대로였습니다. 길게 휘어진 해안선 끝으로는 야트막한 산자락이 바다를 감싸고 있어, 북적이는 와중에도 어딘가 아늑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경주 감포의 나정 고운 모래해변, 그해 여름 단지도 가족들도.. 2026. 6. 27.
단지와 함께 대구 팔공산 (매표소, 케이블카, 정상) 대구에 살면서도 팔공산을 케이블카로 올라본 건 생각보다 한참 뒤의 일이었습니다. 늘 차로 동화사 언저리까지만 다니다가, 단지를 데리고 정상 부근까지 편하게 올라가 보자는 마음으로 어느 겨울날 길을 나섰습니다. 반려견과 함께 케이블카를 탈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막상 가 보니 동반 탑승이 어렵지 않았고 따로 준비할 것도 많지 않았습니다. 부모님과 단지, 그리고 저까지 온 가족이 함께 오른 하루라 더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사실 팔공산은 워낙 넓어 어느 길로 오르느냐에 따라 풍경이 사뭇 달라지는데, 저희는 가장 손쉽게 정상의 전망을 누릴 수 있는 케이블카를 택했습니다. 사진은 두 번에 걸쳐 다녀온 날들이 섞여 있지만 오르는 길도 둘러본 곳도 거의 같아, 그날의 바람과 풍경을 한 편으로 모아 천천히 풀어 .. 2026. 6. 26.
양평 햇살좋은펜션 슈나우저 모임 (가는 길, 노란 단체복, 마당) 슈나우저만 열다섯에서 스무 마리가 한자리에 모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거리를 생각해 보기도 전에 마음부터 먼저 양평으로 향했습니다. 경기도 양평까지는 남쪽에서 출발하면 결코 가깝지 않은 길이었지만, 같은 견종을 키우는 사람들이 한날한시에 한 펜션에 모인다는 일은 흔치 않았습니다. 그 자리에 단지를 데려갈 생각을 하니 먼 거리도 망설일 이유가 되지 못했습니다. 검은 털에 짧은 다리로 늘 제 곁을 종종거리던 단지가, 저와 똑같이 생긴 친구들 사이에서 어떤 얼굴을 할지 궁금했습니다. 떠나기 전날 밤에는 가방을 몇 번이나 다시 챙겼습니다. 물그릇과 배변패드, 여벌 옷과 간식, 단지가 좋아하는 작은 담요까지 넣고 나서야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 추운 계절에 먼 길을 나서는 일이라 챙길 것이 평소보다 많았습니다. .. 2026. 6. 25.
차량 싣고 제주항에서 목포 가는 배 (터미널 산책, 항만 면세점, 갑판 풍경) 제주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이제 섬을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며칠 동안 부지런히 바다와 오름과 폭포를 누비고 나니, 돌아가는 길만은 서두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비행기 대신 배를 택했습니다. 차를 그대로 싣고 제주항에서 목포까지 바다를 건넌 뒤, 다시 목포에서 경산 집까지 차로 달려야 하는 긴 여정이었습니다. 떠나는 날 아침, 제주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부모님은 며칠간의 일들을 두런두런 되짚으셨고, 단지는 뒷자리에서 익숙한 듯 자리를 잡고 누웠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바다를 건너는 그 길마저도 이번 여행의 마지막 장면으로 천천히 남기고 싶었습니다. 차창 밖으로 익숙해진 제주의 풍경이 스쳐 지나가는 동안, 며칠간의 기억이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제주.. 2026. 6. 24.
섶섬이 바라보이는 보목포구 (방파제 붉은 등대, 현무암 해안) 제주 남쪽 바다를 따라 천천히 내려가다 보면, 관광지 특유의 들뜬 공기와는 결이 다른 한적한 포구를 만나게 됩니다. 보목포구가 꼭 그런 곳이었습니다. 큼직한 명소들을 부지런히 돌고 난 뒤라 다리도 마음도 조금은 지친 상태였는데, 작은 어선 몇 척이 묶여 있는 이 조용한 포구에 들어서자 마음이 절로 가라앉았습니다. 멀리 바다 위에는 섶섬이 묵직하게 떠 있었고, 방파제 끝에는 붉은 등대가 작은 점처럼 보였습니다. 부모님은 차에서 내리시며 바다 냄새부터 깊게 들이마셨고, 저는 목줄을 챙겨 들었습니다. 이름난 볼거리가 줄지어 선 곳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서두르지 않고 머무를 수 있었습니다. 부두에 묶인 배들이 물결 따라 가볍게 흔들리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우리는 천천히 방파제 쪽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2026. 6. 23.
성읍민속마을, 오백 년 도읍지 (성문과 성벽, 초가집, 돌하르방) 붉은 송이가 깔린 길을 밟으며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검은 현무암을 쌓아 만든 성벽과 그 위로 날렵하게 솟은 성문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른 민속촌과 달리 이곳은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박제된 옛 모습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흐린 하늘 아래 둥근 초가지붕들이 낮게 엎드려 있었고, 돌담 사이로 난 골목은 어디로 이어질지 가늠이 되지 않았습니다. 단지는 낯선 흙냄새가 좋은지 코를 땅에 박고 앞장서 걸었고, 부모님은 마당 한쪽에 매달린 푸른 열매를 올려다보며 한참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비가 갠 뒤라 붉은 흙길에서는 흙냄새가 짙게 올라왔고, 그 위로 단지의 발자국이 작게 찍혔습니다. 어디서부터 둘러볼지 정하지 않은 채, 그저 돌담이.. 2026.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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