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나우저만 열다섯에서 스무 마리가 한자리에 모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거리를 생각해 보기도 전에 마음부터 먼저 양평으로 향했습니다. 경기도 양평까지는 남쪽에서 출발하면 결코 가깝지 않은 길이었지만, 같은 견종을 키우는 사람들이 한날한시에 한 펜션에 모인다는 일은 흔치 않았습니다. 그 자리에 단지를 데려갈 생각을 하니 먼 거리도 망설일 이유가 되지 못했습니다. 검은 털에 짧은 다리로 늘 제 곁을 종종거리던 단지가, 저와 똑같이 생긴 친구들 사이에서 어떤 얼굴을 할지 궁금했습니다. 떠나기 전날 밤에는 가방을 몇 번이나 다시 챙겼습니다. 물그릇과 배변패드, 여벌 옷과 간식, 단지가 좋아하는 작은 담요까지 넣고 나서야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 추운 계절에 먼 길을 나서는 일이라 챙길 것이 평소보다 많았습니다. 그렇게 맞이한 출발의 아침은, 생각보다 훨씬 길고 고단한 하루의 시작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함께 오른, 부산에서 양평으로 가는 길
그날 저와 단지는 부산에서 출발한 부부의 차에 함께 올랐습니다. 두 사람은 이른 새벽 부산을 떠나 저희가 있는 곳까지 와서 저와 단지를 태우고, 다시 양평을 향해 핸들을 잡았습니다. 부부 역시 슈나우저를 키우고 있어 차 안에는 강아지가 두 마리 더 있었고, 덕분에 단지도 가는 내내 심심하지는 않았습니다. 다 더해 네다섯 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고속도로를 한참 달리다 보면 창밖 풍경이 도시에서 산자락으로, 다시 강을 낀 길로 천천히 바뀌어 갔습니다. 단지는 처음에는 제 무릎에 얌전히 엎드려 있다가, 시간이 길어지자 자세를 바꾸며 슬슬 몸을 뒤척였습니다. 긴 정체 구간에서는 단지가 낮게 끙끙거리기도 했지만, 이름을 부르며 등을 천천히 쓸어 주면 이내 마음을 놓고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긴 이동에서 가장 신경 쓴 것은 휴식이었습니다. 중간중간 휴게소에 들를 때마다 단지를 안고 내려 잠깐이라도 바람을 쐬게 하고, 물을 챙겨 먹였습니다. 사진으로 남겨 두지는 못했지만, 몇 군데 휴게소에 들러 다리를 펴고 배변을 시킨 기억이 또렷합니다.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에 한 번씩은 차를 세워 쉬어 가는 편이 사람에게도, 작은 강아지에게도 한결 수월했습니다. 휴게소에서는 단지가 다른 차나 사람 쪽으로 뛰어가지 않도록 목줄을 짧게 잡고, 볼일을 본 자리는 그때그때 치웠습니다.
작은 강아지에게 네 시간이 넘는 차 안은 사람보다 훨씬 더 지치는 시간입니다. 출발 직전에 사료를 가득 먹이면 멀미로 힘들어할 수 있어 식사는 가볍게 마쳤고, 차 안에서는 단지가 갑자기 튀어나가지 않도록 늘 품과 무릎 사이에 두고 살폈습니다. 이동장에 익숙한 아이라면 안전을 위해 이동장을 쓰는 편이 낫고, 물과 배변패드, 작은 물그릇은 손이 닿는 곳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추운 날에는 창을 잠깐씩만 열어 환기하면서도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신경 써야 합니다. 그렇게 쉬엄쉬엄 달린 끝에, 마침내 양평의 펜션 마당으로 들어섰습니다.
노란 단체복을 맞춰 입은, 슈나우저들의 한낮

문을 열고 들어서자 노란색이 방 안 가득 출렁였습니다. 등판에 슈나우저 글자와 강아지 실루엣이 박힌 똑같은 후드티를 맞춰 입은 아이들이, 어린이 놀이매트와 두툼한 이불 위를 사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회색과 검정, 흰색 털빛만 조금씩 다를 뿐 다들 비슷하게 생긴 슈나우저들이라, 솔직히 제 눈에도 단지를 단번에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이름을 부르면 여기저기서 비슷한 얼굴들이 동시에 고개를 돌리니, 그 모습에 다들 한참을 웃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카메라를 들고 바닥에 엎드려 이 진풍경을 담느라 분주했습니다.

그 노란 무리 속에서 단지는 특유의 꼬리 모양으로 겨우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제게 가장 가까이 붙어 있던 짧은 꼬리, 그게 단지였습니다. 낯선 곳에 처음 풀어놓으면 한쪽에서 주춤거리기 마련인데, 단지는 같은 또래의 친구들 사이를 코를 들이밀며 제법 씩씩하게 돌아다녔습니다. 단체 사진을 찍을 때에는 단지를 품에 꼭 안았는데, 제 팔 안에서 단지는 제법 의젓하게 카메라를 바라보았습니다.
한바탕 뛰어논 뒤 사람들이 밥을 먹을 시간이 되자 작은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워낙 많은 아이들이 발밑을 오가니 도무지 식사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철망 울타리를 둘러 아이들을 한쪽에 잠시 모아 두고서야 사람들이 겨우 수저를 들 수 있었습니다. 울타리 안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고 이쪽을 바라보던 얼굴들이 어찌나 안쓰럽고 귀엽던지,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여러 마리가 모이는 자리에서는 이렇게 식사 시간만큼은 공간을 나눠 두는 편이 사람에게도 강아지에게도 안전합니다. 비슷하게 생긴 아이들이 많을수록 옷이나 목줄로 우리 아이를 구분해 두면 한결 마음이 놓이고, 기가 눌리거나 지쳐 보이는 아이가 있으면 잠시 따로 안아 쉬게 해 주는 배려도 필요합니다. 처음 만나는 아이들끼리는 서로 냄새를 맡으며 인사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 편이 다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수영장을 다음으로 미뤄 둔, 햇살 좋던 마당
실내가 한 차례 정리되자 우리는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박공지붕을 얹은 하얀 펜션 건물 앞으로 너른 마당이 펼쳐져 있었고,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겨울 햇살이 맑게 떨어졌습니다. 마당 한쪽 야외 데크 위 탁자에는 담요가 깔려 있어, 단지는 그 위에 올라 한참을 엎드려 볕을 쬐었습니다. 구찌 무늬 하네스를 입고 나무 그루터기 위에 올라앉아 먼 곳을 바라보던 단지의 옆모습은, 지금 떠올려도 의젓하기 그지없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반려견을 품에 안고 건물 앞에 모여 단체 사진을 한 장 남겼는데, 그 한 장에 그날의 온기가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이 펜션에는 수영장도 갖춰져 있었습니다. 다만 계절이 한겨울이라 물은 받아 두지 않았고, 우리는 텅 빈 수영장을 눈으로만 둘러보며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날이 풀리면 다시 찾아와, 단지와 함께 물놀이를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그때부터 자라났습니다. 겨울 마당은 볕이 좋아도 바람이 찼던 터라, 밖에 오래 머물 때에는 아이들에게 옷을 단단히 입히고 자주 실내로 들여 몸을 녹였습니다.

애견동반 펜션을 이용할 때에는 몇 가지 지켜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먼저 예약 단계에서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지, 몇 마리까지 받아 주는지, 추가 요금이나 보증금이 있는지를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머무는 동안에는 배변을 즉시 치우고, 짖는 소리가 다른 객실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살피는 일이 기본입니다. 침구나 소파 위로 강아지가 올라갈 때에는 따로 챙겨 간 담요나 매트를 깔아 시설을 보호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처럼 여러 마리가 어울리는 자리라면, 견주가 곁에서 아이들의 합사 과정을 지켜보며 다툼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떠나기 전에는 빠진 털과 흔적을 정리하고 나오는 것이, 다음 손님과 다음 강아지를 위한 작은 예의입니다. 또한 펜션에 다른 손님이 함께 머문다면, 우리 아이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시간과 자리를 미리 알아 두면 서로가 한결 편안합니다. 양평의 다른 여행 정보는 양평군 문화관광 안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도 갈 때만큼 멀었지만, 마음만은 조금도 무겁지 않았습니다. 같은 견종을 키우는 사람들과 종일 부대끼며 나눈 이야기, 노란 물결 속을 헤집고 다니던 단지의 작은 뒷모습이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네 시간이 넘는 길을 마다하지 않고 함께해 준 부산의 두 분께도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멀리 떠나는 일이 늘 수월하지는 않지만, 반려견과 함께라면 그 길의 피로마저 추억이 됩니다. 혹시 강아지와 함께 양평으로 향하실 계획이 있다면, 너른 마당과 따뜻한 실내를 갖춘 애견동반 펜션에서의 하룻밤을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떠나기 전 동반 조건과 시설을 꼼꼼히 확인하고, 작은 매너 하나하나를 지키는 일이 결국 모두의 즐거운 하루를 만든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때 미뤄 둔 수영장이 여전히 마음에 걸려, 언젠가 다시 그 마당에 서 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단지와 함께 보낸 그 겨울날의 햇살이, 지금도 환하게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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