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동반 여행기48 그늘 한 점 없던 섭지코지 언덕 (언덕길, 등대 전망대) 붉은 흙길에 차를 세우고 문을 열자 더운 바람이 훅 들어왔습니다. 8월 초, 한낮의 제주는 그늘 밖에 서 있기가 겁날 만큼 뜨거웠습니다. 그런데도 주차장은 이미 차들로 빼곡했고, 사람들 손에 들린 목줄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 말고도 강아지를 데리고 온 가족이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단지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코부터 들이밀며 낯선 냄새를 살폈습니다. 처음 온 곳에서는 늘 이렇게 한참을 망설이다, 괜찮다 싶으면 그제야 발을 떼는 아이였습니다. 저는 양산을 펴 들고 단지의 목줄을 짧게 고쳐 쥐었습니다. 그늘이라곤 보이지 않는 그 언덕길을, 이제 함께 걸어볼 참이었습니다. 더울 걸 뻔히 알면서도 굳이 한낮에 나선 건, 그냥 그날따라 바다가 보고 싶어서였습니다. 단지를 데리고 이렇게 멀리까지 온 .. 2026. 6. 5. 우도의 바다를 통째로 담은 하루 (땅콩아이스크림, 해물탕, 비양도) 배 위에서 멀어지는 성산항을 바라보던 설렘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도의 선착장이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차를 빼서 나오는 길, 가장 먼저 코끝을 스친 건 고소한 땅콩 냄새였거든요. 작은 섬 하나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 줄은 그날의 저는 미처 몰랐습니다. 단지를 품에 안고 내려선 우도의 첫 공기는 어딘가 들떠 있으면서도 한없이 평화로웠습니다. 발끝에 닿는 햇살도, 멀리 부서지는 파도 소리도 어쩐지 육지의 그것과는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짧은 하루 동안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예쁜 바다와, 물때 따라 모습을 바꾸는 비양도, 그리고 우연히 만난 따뜻한 마음들까지.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걸어도 좋을 만큼 우도는 생각보다 넉넉하고 다정한 섬이었습니다. 오래도록 잊지 못할 그 하루를 이제부터 차근차근 풀.. 2026. 6. 4. 차에 실려 바다를 건넌 짧은 여정 (성산항 도항선, 단지의 항해) 제주 여행이 한창이던 어느 여름날, 이날은 우도로 들어가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우도는 차를 배에 그대로 싣고 들어갈 수 있어서, 단지와 가족 모두 우리 차에 탄 채로 바다를 건너기로 했거든요. 제주로 들어올 때도 차를 배에 싣고 왔던 터라 선적 자체가 낯설지는 않았지만, 섬에서 또 다른 섬으로 차를 싣고 건너간다는 건 그것대로 색다른 설렘이 있었습니다. 성산항에 도착하니 우도로 향하는 도항선과 차를 실으려는 차량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고, 그 풍경만으로도 섬으로 떠난다는 기분이 차올랐습니다. 멀리 바다 위로는 도항선이 천천히 오가고 있었고, 그 너머로 우도가 어렴풋이 보이는 듯도 했습니다. 우리 단지도 차창 밖으로 분주한 항구를 내다보며 무언가를 느끼는 듯했습니다. 짧지만 특별한 바닷길을 앞두고, 그렇.. 2026. 6. 3. 거센 바람이 내어준 다른 풍경 (용머리해안, 하멜상선전시관) 제주에서의 여행이 이어지던 어느 여름날, 이날은 용머리해안을 꼭 보고 싶어 길을 나섰습니다.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 지형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잔뜩 기대를 안고 향했거든요. 차를 세우고 입구 쪽으로 걸어가는 길이 생각보다 제법 길어서, 더위 속에 천천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래도 멀리 우뚝 솟은 산방산을 바라보며 걷다 보니 그 길조차 풍경의 일부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우리 단지도 개모차에 폭 앉아 함께 길을 나섰는데, 뜨거운 날씨에 지치지 않도록 개모차에 태워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더운 날 반려견을 데리고 다닐 때 개모차만큼 든든한 게 없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거센 바람 탓에 정작 가장 보고 싶었던 풍경은 눈앞에서 멀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예상과는 사뭇 다르게 흘러간 하루가 시작.. 2026. 6. 2. 느긋하게 누린 여름 바다 (서귀포 앞바다낚시, 휴식) 제주에서의 며칠을 보내던 중, 이날은 멀리 나서는 대신 묵고 있던 펜션 근처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차로 얼마 가지 않아 닿을 만큼 가까운 곳에 바다를 낀 낚시 포인트가 있었거든요. 이번 여행에서 제가 가장 기대했던 건 이름난 관광지를 부지런히 도는 일이 아니라, 그저 바다 곁에 앉아 시간을 천천히 흘려보내는 일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일찌감치 낚싯대를 챙기셨고, 저는 그 옆에서 물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한나절을 보낼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들떴습니다. 우리 단지도 당연히 함께였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닷가 특유의 짭짤한 공기를 맡으며 연신 코를 킁킁대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요. 가까운 거리 덕분에 서두를 일도 없이, 더위에 지쳐 있던 마음까지 한 번에 씻겨 내려가는 듯했습니다. 그렇.. 2026. 6. 1. 물길을 따라 걸어 닿은 쇠소깍 (물길 , 검은 모래, 이용 정보) 제주 서귀포에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신비로운 물길, 쇠소깍이 있습니다. 숙소가 이 근처여서 한 번은 꼭 들러 보고 싶었던 곳이었거든요. 흔히 쇠소깍 하면 전통 뗏목인 테우나 투명 카약을 타고 물 위를 미끄러지는 체험을 떠올리실 텐데, 저희는 배를 타지는 않았습니다. 부모님과 단지까지 함께였던 데다, 굳이 배에 오르지 않아도 둘러볼 거리가 충분했거든요. 대신 물길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는데, 그 길이 앞쪽 바다까지 쭉 이어져서 걷는 내내 풍경이 바뀌는 게 참 좋았습니다. 에메랄드빛 계곡물에서 시작해 검은 모래가 깔린 바닷가까지, 짧지만 알찬 산책이었거든요. 배를 타지 않아도 이렇게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걸 그날 알게 되어서, 그 길을 한 편으로 남겨 두기로 했습니다. 사진을 다시 보니, 그.. 2026. 5. 31. 이전 1 2 3 4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