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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함께 떠난 소원 성취 여행( 돌할매 공원, 만불사)

by 반려견과여행 2026. 4. 20.

여행을 다니다 보면 가끔 마음을 가만히 내려놓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돌할매 공원과 만불사가 그런 곳입니다. 두 곳 모두 2008년 무렵부터 거의 매년 들르고 있는 단골 코스인데, 강아지와 함께 다녀오기에도 부담이 적어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연스럽게 발길이 향하곤 합니다. 사찰이나 신앙과 관련된 장소라고 하면 반려견과 함께 가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두 곳 모두 야외 공간이 넓어 강아지의 컨디션을 살피며 천천히 둘러보기에 무리가 없었습니다. 다만 제가 다녀온 시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후기인 만큼, 실제 방문하실 때는 현장 안내문과 운영 방침을 한 번 더 확인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가족과 강아지가 함께 거닐었던 돌할매 공원의 반나절

돌할매 공원은 처음 들었을 때 작은 쉼터 정도로 떠올렸지만, 막상 가보면 가족과 강아지가 반나절을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은 공간입니다. 공원 한가운데 자리한 돌할매를 중심으로 십이지신 동상이 빙 둘러서 있고, 그 사이를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산책 코스가 만들어집니다. 강아지와 함께 걸으며 동상을 하나씩 짚어보는 재미가 있고, 야외 공간이라 답답함도 거의 없습니다. 다만 돌할매 앞은 분위기가 사뭇 엄숙해서, 짖거나 뛰지 않도록 리드줄을 짧게 잡고 곁에서 잘 다독이는 편이 좋습니다.

돌할매는 직경 25cm, 무게 10kg가량의 둥근 화강암으로 알려져 있는데, 350년 전부터 마을 주민들의 길흉화복마다 제를 올려온 신비의 돌이라고 합니다. 들어보면 의외로 묵직하지만 어른이라면 충분히 들 수 있는 무게이고, 처음에 들었을 때보다 두 번째 들 때가 더 무겁거나 들리지 않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저도 처음에는 "돌이 뭐가 다르겠어" 하는 마음으로 갔다가, 두 손 모아 합장하고 세 번 절한 뒤 생년월일과 이름, 소원을 차례로 말하고 다시 들어 올린 순간 손목이 휘청할 만큼 무겁게 느껴져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치 누군가 위에서 지그시 누르는 듯한 묵직함이었는데, 그 신기한 감각 때문에 그 후로도 자주 찾게 되었습니다. 돌할매는 24시간 개방되는 공간이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바닥이 미끄럽고 강아지 발에도 흙이 많이 묻을 수 있어 맑은 날을 골라 가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우리 강아지에게도 함께 빌고 싶었지만 통역을 해줄 수 없어 결국 저 혼자만 돌을 들었던 일이 두고두고 웃음 소재가 되었습니다.

 

돌할매공원 초입
돌할매 공원 초입부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압도적인 규모와 황금빛 불상이 인상적이었던 만불사

만불사를 처음 알게 된 건 차로 이동하던 길에서였습니다. 멀리 산자락 위로 황금빛 부처님 머리가 보여서 "저기 어디지" 하고 무작정 찾아간 것이 첫 방문이었는데, 그날부터 강아지와 함께 동행했음에도 누구 하나 제지하지 않아 마음 편히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주차장은 넓고 주차비도 따로 없으며 입장료도 받지 않아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곳입니다. 사찰 자체가 1995년 개창된 비교적 현대적인 도량이라 분위기가 동남아 사찰처럼 화려하면서도 웅장한 인상을 주는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리수 대좌불이 방문객을 맞이해 줍니다.

만불사의 중심 전각인 만불보전은 이름처럼 일만 부처님을 모시기 위해 지어진 곳으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목조전각이라고 합니다. 전각 내부는 반려견 동반이 어려워 저는 강아지를 가족과 번갈아 봐주며 차례로 들어가 보았는데, 안쪽 벽면을 가득 채운 작은 불상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모습은 한 번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외부에는 황동와불 열반상이 자리해 있는데, 발바닥에 새겨진 천폭륜상을 세 번 쓰다듬으며 소원을 빌도록 안내되어 있어 저도 매번 그 앞에서 잠시 머무릅니다. 또 세계 최초로 황동을 사용해 만들었다는 황동만 불대범종은 직접 세 번 타종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종소리가 산자락 너머로 길게 퍼져 나가는 그 울림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한결 정돈되는 기분이 듭니다. 사찰 곳곳에는 작은 동자불에 빨간 털모자를 씌워 둔 모습도 보이는데, 불자분들이 손수 짜서 씌워주신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돌로 조각된 불상에 포근한 털모자라니, 그 정성 어린 풍경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한쪽에는 작은 동물원처럼 꾸며진 공간도 있는데, 그곳은 다른 동물들이 놀랄 수 있으니 강아지와는 가까이 가지 않으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만불사 불상들
만불사에 직접갔을때 아기불상들에게 빨간 모자가 씌어진 모습이 인상깊어서 찍은 사진

소원을 비는 마음은 결국 누구에게나 비슷한 모양인 것 같습니다. 돌할매 앞에서 가족의 안녕을 빌고, 만불사의 종을 울리며 한 해의 안온을 바라는 시간 동안 강아지도 옆에서 가만히 저를 따라 걸어주었습니다. 무겁게 느껴지던 돌과 길게 울리던 종소리가 정말로 무엇을 들어주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 시간 동안 마음이 가벼워졌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봄바람이 부는 요즘 같은 때 강아지와 함께 천천히 걸으며 마음을 정리하고 싶으시다면, 두 곳을 한 번에 묶어 다녀오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다음에는 가을 단풍이 물들 무렵 다시 들러 종소리를 듣고 오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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