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함께 여름 나기란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입니다. 더운 날씨에 아스팔트 위 발바닥 화상 걱정에, 그늘과 물은 어디서 구하나 하는 걱정까지 더해지면 나가는 것 자체가 이미 반 이상 지치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런데 그해 여름은 어쩐지 무작정 바다로 가고 싶었습니다. 짐을 대충 챙겨 차에 오르면서도 목적지를 딱 하나로 정하지 않았는데, 그게 오히려 우리만의 여행 방식이 되어버렸습니다. 보이면 가고, 눈에 띄면 또 멈추는 즉흥 여행이요. 그날도 어김없이 가는 길에 황수탕을 발견하고 핸들을 꺾었고, 석굴암에서 예상 밖의 시간을 보냈고, 해가 저물 무렵에야 고아라해변에 텐트를 쳤습니다.
황이 녹아 흐르는 물, 황수탕에서의 점심
황수탕은 경북 영천시 고경면 덕정리에 자리한 약수터로, 이름 그대로 황 성분이 녹아 흘러내리는 물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곳이 황수탕이라 불리게 된 건 약수가 솟는 산에 황이 많이 매장되어 있어 물속에 유황질과 철분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래서인지 수로 주변이 마치 철이 녹슨 것처럼 붉게 물들어 있는데, 처음 보면 저처럼 "저걸 먹어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드실 겁니다. 비위생적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거든요. 하지만 수질검사를 거쳐 일반에 개방되는 곳이니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고 해요. 맛은, 솔직히 처음엔 인상이 절로 찌푸려집니다. 풋감처럼 떫고 칼칼한 데다 살짝 쓴맛까지 나서 "이게 정말 약이 되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예요. 경험자들 사이에선 위장병과 고혈압, 빈혈과 변비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말을 떠올리며 한 모금 더 마시는 거지요. 제 반려견에게도 냄새를 맡아보게 했더니 한 번 킁킁하더니 고개를 획 돌리더라고요. 아, 이건 맞지 않는 맛이다 싶었나 봐요.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오히려 기분이 풀렸습니다. 황수탕 인근에는 이 물로 만든 백숙을 파는 식당들이 있는데, 점심을 그 백숙으로 해결했어요. 일반 백숙보다 달고 고기가 부드러운 게 신기할 정도였고, 몸에 좋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손님이 많지 않은 시간이라 식당 측에서 반려견과 함께 자리를 내어줘서 가족 모두 편하게 먹을 수 있었고, 간 안 한 백숙 살점을 한 점 줬더니 완전히 환장하며 먹더라고요. 황수탕은 별도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입장료는 없습니다. 다만 현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하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비 오는 날 업혀서 간 석굴암, 그 서늘한 기억
배를 든든히 채우고 바다로 향하던 길이었는데, 눈에 석굴암 이정표가 들어왔습니다. 우리 여행이 늘 이런 식이라서 그날도 자연스럽게 핸들이 꺾였어요. 반려견과 함께 갈 수 있을지 걱정됐지만, 그때는 외부까지는 동반이 가능했습니다. 지금은 반려견 입장이 전면 불가로 바뀌었다고 하니, 반려견과 함께 방문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꼭 미리 확인하셔야 해요. 낭패를 보실 수 있거든요. 그날은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반려견이 발이 젖을까 봐 엄마 등에 사람처럼 업혔는데, 이 아이가 원래 등에 업히는 걸 유독 좋아해서 비 오는 날이면 그게 당연한 코스가 됩니다. 그렇게 흙길을 걸어 외부까지 함께 돌아봤고, 사진도 몇 장 남겼어요. 석굴암 내부는 사진 촬영도 금지되어 있고 반려견은 절대로 들어갈 수 없어서, 저는 가족과 번갈아 안고 보며 눈에만 담아왔습니다. 내부에 들어섰을 때 돌로 된 굴이라서인지 서늘한 기운이 먼저 느껴졌고, 웅장하게 앉아 계신 부처님이 진짜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석굴암 입구에서 본전까지 걸어 올라가는 그 길도 좋아하는데, 날씨가 좋은 날에는 흙바닥을 맨발로 걷곤 합니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찰흙 같은 흙의 감촉이 발에 닿는 느낌이 진짜 힐링이거든요. 이제 반려견과 함께 그 길을 걸을 수 없다는 게 솔직히 아쉽습니다. 석굴암 주차장은 유료로 운영되며, 방문 전 반려견 동반 관련 사항은 반드시 현장에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파도 소리 들으며 텐트 치던 밤, 오류고아라해변
석굴암을 나와 한참을 달린 끝에 드디어 고아라해변에 도착했습니다. 오류고아라해변은 경주시 감포읍에 위치한 해변으로, 이름처럼 모래가 곱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입니다. 해변 뒤편으로 해송 숲이 울창하게 이어져 있어 여름에도 그늘이 넉넉하고, 바닷바람이 솔숲 사이로 불어오면 텐트 안에 있어도 시원할 정도예요. 가족들이 텐트를 치고 타프를 잡는 사이, 우리 반려견은 해변을 뛰어다니며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감시라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고아라해변은 반려견 동반 자체는 가능하지만 오프리쉬는 원칙적으로 금지입니다. 저는 사람이 거의 없는 해변 한쪽에서 캠핑을 해왔던 터라 가능했던 부분이니, 방문하실 때는 주변 상황을 잘 살피고 현장에서 꼭 확인하시길 권해드립니다. 모래사장에서 작은 게를 잡아 반려견 앞에 내밀었더니, 건들거리다가 갑자기 코로 모래 속에 밀어 넣더라고요. 너무 귀여워서 한 번 더 했더니 또 똑같이 하는 거예요. 결국 불쌍해서 멀리 놔줬지만 그 모습이 하루 종일 웃음을 줬어요. 아침저녁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시간이 느리게 가는 느낌이 납니다. 반려견도 느린 걸음으로 바다 냄새를 즐기는 걸 보면서, 여기서 이렇게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일출을 보는 덤까지 있는 해변 캠핑,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면 한 번쯤 꼭 경험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여름휴가를 떠날 때 완벽한 계획이 없어도 괜찮다는 걸, 그날 여행이 알려줬습니다. 황수탕에서 인상을 찌푸리며 마신 약수 한 모금, 비 오는 날 반려견을 등에 업고 걸었던 석굴암 흙길, 파도 소리를 들으며 쳤던 텐트 한 동까지 계획에 없던 장면들이 오히려 가장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반려견과 함께하는 여행은 가끔 제약이 많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안에서도 함께할 수 있는 순간들을 찾아가다 보면 어느새 가족 모두의 이야기가 하나씩 쌓여가는 것 같습니다. 올여름도 어디선가 텐트를 치고 반려견과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도 즉흥적인 여름 여행 한 번쯤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