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함께하는 여행, 이번에는 동쪽 바다로 향했습니다. 목적지는 대구에서 멀지 않은 포항이었고, 가족이 그 지역에 살고 있다는 이유가 발걸음을 더 가볍게 해 주었습니다. 반려견과 동반 여행을 준비할 때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숙소 문제인데, 가족 집에서 묵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정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대구에서 포항까지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약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되어, 반려견이 장거리 이동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거리라는 점도 이번 여행을 결정하게 된 이유였습니다. 저는 반려견의 사료와 간식, 배변패드, 물통, 산책줄 등 기본 준비물을 챙겨 오후 늦은 시간에 출발했습니다. 체크인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반려견과 함께하는 여행에서 큰 여유로 다가왔습니다. 포항에 도착한 저는 반려견의 식사부터 먼저 챙긴 뒤, 가족들과 함께 영일대 해변 인근의 물회 전문점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대기 줄이 길어질 만큼 찾는 분들이 많았고, 살얼음이 동동 뜬 물회 한 그릇에 여름의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식사 후에는 반려견을 데리고 바닷가를 함께 걸었습니다. 선선한 밤바람을 맞으며 신나게 걷는 반려견의 모습을 보며, 저 역시 덩달아 뛰듯 걸었던 것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영일대 해변에서 보낸 여유로운 아침
다음 날 아침, 저는 물놀이 용품과 타프를 챙겨 영일대해수욕장으로 다시 향했습니다. 전날 밤에 걸었던 해변과는 또 다른 얼굴이었습니다. 푸르게 넓어진 바다와 희게 빛나는 모래사장이 한눈에 들어왔고, 저 멀리 해상누각인 영일정이 바다 위에 떠 있듯 자리하고 있어 시선을 오래 붙잡았습니다. 영일대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가 약 1,750미터에 이르는 포항의 대표 해변으로, 샤워장과 탈의실, 주차장 등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어울리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지정해수욕장으로 운영되는 여름 성수기 기간이 지나 안전요원이 배치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매년 7월 중순에서 8월 하순까지 약 44일간 정식 운영되는 지정 해수욕장은 그 외 기간에는 안전관리 체계가 달라지므로, 저는 무리하게 물에 들어가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발만 살짝 담그는 정도로 더위를 식혔습니다. 파라솔 하나를 펼치고 모래사장에 앉아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는 시간은 더없이 평온했습니다. 참고로 해변에 대형 타프를 설치하는 것은 장소와 시점에 따라 제한될 수 있으니, 방문 전 포항시 관광 안내에서 최신 안내를 확인하시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반려견과 함께 백사장을 거닐 때는 목줄과 배변봉투를 반드시 지참해야 하며, 다른 방문객과의 거리를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저와 반려견은 파도가 밀려오는 경계선을 따라 천천히 걸었고, 반려견의 발자국이 모래 위에 짧게 남았다가 다음 파도에 씻기는 장면을 보며 여름이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하고 실감했습니다.

상생의 손 앞에서 마주한 호미곶의 얼굴
해변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한 뒤, 저는 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호미곶으로 이동했습니다. 호미곶은 한반도의 지도를 그릴 때 동쪽으로 뾰족하게 돌출된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곳으로, 해맞이 명소이자 사계절 내내 여행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장소입니다. 이곳의 대표 조형물인 상생의 손은 바다와 육지에 각각 한 짝씩 세워져 있습니다. 바다 쪽에 놓인 것이 오른손이고 육지 쪽에 놓인 것이 왼손으로, 서로 마주 보는 두 손은 인류의 화합과 상생을 상징하기 위해 1999년에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오른손은 청동 소재로 높이 약 8.5미터에 이르고, 왼손은 약 5.5미터 크기로 육지에서 바다를 향해 손끝을 내밀고 있는 형상입니다. 저는 왼손과 오른손을 번갈아 담으며 사진을 여러 장 찍었는데, 각도에 따라 손끝에 해를 얹은 듯한 구도도, 두 손이 서로를 마중 나오는 듯한 구도도 만들 수 있어 촬영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광장 주변에는 해맞이 조형물 외에도 나무로 조성된 산책로가 있고, 일부 구간에는 바닥이 투명하게 처리되어 있어 바다를 내려다보며 걸을 수 있습니다. 간식을 파는 매점과 휴식 공간도 잘 정돈되어 있어 한낮의 햇살을 피해 쉬어 가기에도 좋습니다. 반려견 동반은 야외 광장 전역에서 가능하지만, 목줄 착용과 배변 처리는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저는 반려견이 낯선 환경에서 너무 흥분하지 않도록 잠시 그늘에서 물을 먹이고 숨을 고른 뒤 천천히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봄이 되면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 이 일대에 유채꽃 군락이 조성되어 또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낸다고 하니, 계절을 달리해 다시 찾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세한 방문 정보는 한국관광공사 호미곶 해맞이광장 안내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등대박물관과 거대한 풍차 사이, 돌아오는 길
호미곶 광장 바로 옆에는 국립등대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유일한 등대 전문 박물관으로, 등대의 역사와 항로표지의 원리, 바다 위 작은 불빛들이 어떻게 뱃길을 지켜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항로표지는 해상에서 선박의 안전한 항행을 돕는 시설 전반을 뜻하며, 등대는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상징적인 형태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박물관은 실내 전시 공간 특성상 반려견과 함께 들어가기는 어려워, 저는 가족들과 번갈아 가며 관람했습니다. 박물관 야외 구역에 서 있는 호미곶 등대는 생각보다 훨씬 말끔하고 단정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얗게 빛나는 등탑이 푸른 하늘과 대비를 이루어 한 장의 그림엽서 같은 장면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광장 한쪽에는 새천년기념관도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 역시 실내 공간의 특성상 반려견과 동반 입장이 어려울 수 있어 저는 외관만 바라보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단정한 외벽과 넓은 야외 계단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박물관과 기념관의 운영 시간 및 최신 반려견 출입 관련 안내는 방문 전 직접 확인하시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해안 도로를 따라 늘어선 거대한 풍력 발전기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멀리서 보면 얌전히 서 있는 그림 같지만,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면 날개가 돌아가는 묵직한 소리가 들려오고 그 크기가 새삼 실감 나게 다가왔습니다. 이번 여름은 반려견에게는 바다 내음을, 저에게는 넓은 하늘과 상생의 손을 선물해 준 여행이었습니다. 뒷좌석에서 곤히 잠든 반려견의 모습을 보니 오늘 하루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다음 계절에는 유채꽃이 피는 봄 호미곶을 다시 찾아, 반려견과 함께 노란 꽃길 사이를 걸어 볼 계획입니다. 바다 여행을 망설이고 계신 분이 계신다면, 포항의 푸른 해안선과 상생의 손이 있는 이 길을 한 번쯤 걸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참고: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 호미곶 해맞이광장 https://korean.visitkorea.or.kr/detail/ms_detail.do?cotid=ad0b6c37-e48d-4c64-9ed4-201c58d9ce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