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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따라 흘러간 하루 (근대역사거리, 서핑 해변, 포항 불빛축제)

by 반려견과여행 2026. 4. 25.

이번에도 동생 찬스였습니다. 동생이 포항에 살아서 가끔 이렇게 가족 모두가 동생 집을 거점 삼아 움직이는데, 그 덕에 포항은 저에게 참 익숙하고 편안한 도시가 되었어요. 그날은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서고 싶어서 새벽에 대구를 출발했습니다. 어디를 어떻게 돌지 정확히 정해두지 않은 채로 핸들만 잡았는데, 이상하게 그런 날일수록 더 기억에 오래 남는 여행이 되더라고요. 이른 아침의 구룡포 골목을 시작으로, 해안도로 어디쯤에서 우연히 만난 서핑 해변에서 한참을 쉬었다가, 저녁에는 동생 집 근처에서 여름밤 불꽃까지 봤습니다.

새벽 공기 머금은 옛 골목, 구룡포 근대역사거리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는 제가 포항에 올 때마다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입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 어업인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된 거리라, 지금도 오래된 일식 목조가옥이 골목 양옆으로 길게 이어져 있어요. 아침 일찍 도착하면 관광객이 거의 없어서 반려견과 함께 조용히 걷기에 딱 좋거든요. 골목 가운데 자리한 근대역사관 건물은 1920년대에 지어진 2층 일본식 목조가옥을 포항시에서 복원해 개관한 곳이라고 해요. 저는 여러 번 와봤는데도 올 때마다 새로운 사진 포인트를 발견하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반려견 동반에 큰 제한이 없어서, 목줄만 잘 채우면 자유롭게 골목을 따라 산책할 수 있었어요. 거리 중간에 옛날 남녀 의상을 입은 등신대가 있는데, 얼굴 부분만 뚫려 있어 그곳에 얼굴을 넣고 사진을 찍는 포토존이더라고요. 엄마는 여자 얼굴 자리에, 반려견은 남자 얼굴 자리에 쏙 넣고 찍었더니 그 조합이 너무 웃겨서 제대로 찍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한참을 깔깔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지켜보던 부모님도 함께 웃으셨던 아주 기분 좋은 순간이었어요. 골목을 따라 계단을 올라가면 구룡포 공원이 나오는데, 그 위에는 아홉 마리 용이 서로 엉켜 있는 석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계단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룡포항의 풍경은 꼭 한 번 봐야 할 장관이에요. 배들이 줄지어 정박한 항구와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와, 저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마시게 되더라고요. 이 동네에 오면 꼭 먹는 간식이 하나 있는데, 바로 대게빵입니다. 예전에는 한 시간씩 줄을 서서 사 먹었을 정도였는데 요즘은 전국 각 지역마다 특색 있는 빵이 많이 생기면서 줄이 예전만큼 길지 않아 편하게 맛볼 수 있어요.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지만 대게빵에는 진짜 대게껍질이 갈려서 들어가서, 씹을 때 은은한 대게 향이 스치듯 느껴집니다. 빵을 들고 먹으니 반려견이 킁킁거리며 자기도 달라고 조르기에 아주 조금만 맛보게 해 줬는데, 꼬리를 있는 힘껏 흔들며 좋아하더라고요. 더 주고 싶었지만 반려견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아서 대신 챙겨간 반려견 전용 간식으로 마음을 달래줬습니다. 점심은 근처 대게집에서 먹었는데, 원래 반려견 동반이 안 되는 곳이었지만 마침 손님이 많지 않아 사장님이 따로 작은 방을 내어주신 덕분에 편하게 식사할 수 있었어요. 구룡포 근대역사거리 인근에는 공영주차장이 있고 거리 자체는 입장료가 없으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다만 반려견 동반 가능 여부는 식당마다 다르니 방문 전 확인하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근대역사거리에서 사진한컷

해안도로 끝에서 우연히 만난 바다, 용한리 서핑 해변

점심을 먹고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천천히 차를 몰았어요. 이 길이 오른쪽으로는 동해가, 왼쪽으로는 작은 어촌 마을들이 번갈아 펼쳐져서 창문만 열어도 기분이 맑아지는 드라이브 코스거든요. 그러다 저 멀리 해변에서 서핑보드를 들고 바다로 걸어 들어가는 분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파도를 가르며 일어서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여기서 발이라도 담그자" 하고 무작정 핸들을 꺾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해변이 용한리 신항만 해변이라는 곳으로, 동해안 대표 서핑 포인트 중 하나라고 하더라고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모래사장까지 걸어갔는데, 맨발로 밟는 모래가 생각보다 훨씬 곱고 보들보들했습니다. 사각사각 밟히는 감촉이 좋아서 반려견도 저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다를 향해 뛰기 시작했어요. 날이 제법 더웠는데도 반려견이 너무 신나게 달리기에 저도 따라 달렸더니 금세 숨이 찼습니다. 부모님은 한참 뒤에서 환하게 웃으며 천천히 걸어오셨는데, 그 모습을 돌아보면서 "이런 게 행복이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고요. 해변에서는 파라솔을 빌려 그늘 아래 자리를 잡고 쉬었어요. 그 옆에서는 서핑보드를 든 분들이 줄지어 바다로 들어가는 모습이 이어졌는데, 파도가 꽤 세서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파도가 센 편이라 가족 모두 깊이 들어가진 않고 발만 담그며 더위를 식혔어요. 반려견은 물을 무서워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제가 살짝 안은 채로 함께 물가에 들어갔는데, 시원한 파도가 발목을 훑고 지나갈 때의 그 느낌이 정말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파도가 크게 밀려왔다가 물러가면 모래사장만 남는가 싶다가, 금세 다음 물결이 달려와 발을 간질이는 그 리듬이 의외로 중독성이 있더라고요. 반려견도 처음에는 파도가 낯선지 살짝 움찔했지만 몇 번 반복되니 오히려 물을 반가워했어요. 이 해변은 반려견 동반에 특별한 제한이 없어서 주변 분들도 불편한 시선 없이 지나쳐 주셨고, 덕분에 마음 편히 놀아줄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이곳은 파도가 세고 수심이 깊어지는 지점이 있어 서핑 중·상급자들이 주로 찾는 포인트라고 해요. 서핑에 처음 도전하시는 분이라면 이보다 북쪽에 있는 해변이 입문자용 코스로 더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해수욕 성수기에는 반려견 동반 운영 규정이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 전 현장 안내판을 꼭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용한리 서핑 해변

여름밤 마음까지 터지던 순간, 포항 불빛축제

해변에서 느지막이 일어나 동생 집으로 향했어요. 마침 그날은 포항 불빛축제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동생 집에 짐만 풀고 다시 축제가 열리는 바닷가로 나섰습니다. 포항 불빛축제는 매년 여름 포항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해양 축제인데, 개최 장소는 매년 조금씩 달라지지만 규모는 매번 상당해서 멀리서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어요. 동생 집에서 창밖으로 본 적도 있고 현장 가까이에서 본 적도 있는데, 두 방식 다 나름의 매력이 있거든요. 멀리 서는 도시 스카이라인과 어우러지는 전체 풍경이 예쁘고, 가까이에서는 불꽃이 터질 때의 진동과 소리까지 온몸으로 느껴져서 말이 안 나올 정도입니다. 이날은 현장 쪽을 선택했어요. 하늘로 쏘아 올려진 불꽃이 팡팡 터질 때마다 시야 가득 색색의 빛이 퍼지는데, 그걸 보면 정말 마음까지 함께 팡팡 터지는 기분이 들어요. 저는 원래 폭죽 터지는 순간을 유독 좋아하는 편이어서 불꽃이 올라갈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반려견도 함께 갔는데, 혹시 놀라거나 다른 분들의 발에 밟힐까 봐 걱정되어 공연 내내 품에 안고 있었어요. 사실 폭죽 소리가 반려견에게는 큰 스트레스 요인일 수 있어서 걱정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제 반려견은 한 번도 놀라지 않고 차분하게 하늘을 올려다봤어요. 아마 안아주는 동안 제 체온과 심장 박동을 느끼면서 안심이 되었던 것 같아요. 반려견과 함께 불꽃 축제를 보실 계획이라면, 사전에 작은 소리에 익숙해지도록 하시거나 당일에는 꼭 안거나 캐리어에 태워 자극으로부터 보호해 주시길 권해드립니다. 축제 장소 인근은 주차가 많이 혼잡해서 대중교통이나 셔틀버스를 이용하시는 게 편해요. 다만 개최 일정과 장소는 해마다 바뀌니, 방문 전에는 꼭 포항시 공식 홈페이지나 축제 안내를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포항 불빛축제

 

계획 없이 움직인 하루였는데, 오히려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 장면들이 쌓였습니다. 이른 아침 구룡포 골목에서 엄마와 반려견이 나란히 얼굴을 내밀고 웃던 모습, 해안도로에서 우연히 만난 해변의 고운 모래, 여름밤 품 안에서 조용히 불꽃을 올려다보던 반려견의 눈빛까지 전부 계획에 없던 장면들이었거든요. 반려견과 함께하는 여행은 동반 가능한 장소를 일일이 찾고 확인해야 해서 가끔 피곤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제약 속에서도 함께할 수 있는 순간들을 찾아가다 보면 어느새 가족 모두의 이야기가 한 겹씩 쌓여가는 것 같아요. 이번 여름에도 어디선가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반려견과 나란히 앉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도 느슨한 해안도로 드라이브 한 번쯤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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