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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이끈 남쪽 바다, 섬으로 (여행준비, 해저터널, 바람의 언덕)

by 반려견과여행 2026. 4. 23.

어딘가 멀리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날이 있습니다. 그날따라 유난히 바람이 좋았고, 저는 가족과 반려견을 데리고 남쪽으로 향하기로 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한 번쯤 망설였을 거리였지만, 그날만큼은 망설임 없이 차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가족이 함께 떠나는 여행은 늘 그렇듯 누군가의 사소한 한마디로 시작되곤 하는데, 이번 여행도 "오늘 바다 보러 갈까"라는 가벼운 한 문장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천천히 풀어 보려 합니다.

대구에서 거제도까지, 반려견과 함께한 출발의 풍경

대구에서 거제도까지의 길은 검색해 보면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거리이지만, 막상 차에 올라 출발해 보면 생각보다 긴 여정처럼 느껴집니다. 도로의 기복이 험한 것은 아닌데도 무언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반려견과 함께 떠나는 입장에서는 출발 전 준비부터가 여행의 시작이라고 보는 편이 마음 편합니다. 저희 가족은 아이를 데리고 멀리 다닐 때면 출발 전날부터 짐을 챙기는데, 그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료와 간식, 평소 쓰던 물그릇, 배변 봉투, 여분의 패드, 그리고 익숙한 담요 한 장까지 챙겨 두어야 차 안에서 아이가 덜 불안해합니다.

아이가 차멀미를 하지 않도록, 출발 전에 짧게라도 산책을 시켜 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산책으로 긴장을 한번 풀어 주고 가벼운 간식으로 속을 달래 둔 다음에 차에 태우면 확실히 도로 위에서 헐떡이는 정도가 줄어듭니다. 대구에서 거제도로 향하는 동선은 보통 남마산 IC를 거쳐 가덕도 방향으로 빠지는데, 가족 여행이다 보니 부모님과 번갈아 가며 운전을 하고, 아이는 뒷자리에서 저와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반려견을 데리고 혼자 장거리 운전을 하기에는 솔직히 부담이 커서, 저는 늘 가족과 함께 떠나는 편입니다. 운전자가 따로 있고, 휴게소에서 한 사람이 아이를 봐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안정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청도휴게소와 가덕휴게소, 그리고 거가대교 해저터널

가덕도에 도착하기 전 들렀으면 하는 휴게소가 두 곳 있습니다. 먼저 청도휴게소는 반려견과 짧게 산책하기에 좋아서 저희 가족도 잠시 차를 세우고 아이와 잔디밭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부모님과 교대로 식사를 하시는 동안 저는 아이를 데리고 바깥공기를 마시게 해 주었고, 그 사이 아빠가 반려견 물그릇에 새 물을 채워 주셨습니다. 가족 여행의 좋은 점이 바로 이런 부분입니다. 누구 한 사람이 아이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자연스럽게 손을 보태게 된다는 점입니다.

다시 출발해 가덕도에 거의 다다를 무렵에 만나는 가덕휴게소는 경관이 예쁘기로 알려져 있는데, 직접 가 보니 정말 바다가 시원하게 보이는 멋진 휴게소였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이런 휴게소는 처음 본다"라며 한참을 사진을 찍으셨고, 아이도 바람을 맞으며 코를 킁킁대는 모습이 사랑스러웠습니다. 휴게소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낸 뒤 다시 차에 올라 거제도로 향했습니다.

거가대교는 처음 듣는 분들이라면 "거제도면 섬인데 배를 타야 하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다행히 그렇지 않습니다. 거가대교는 왕복 4차로에 총길이 8.2km가량으로, 사장교와 침매터널, 육상터널이 이어지는 교량-터널 복합도로입니다. 바닷속에 도로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해서 저는 진입하기 전부터 두근거렸습니다. 막상 해저터널에 들어서 보니 상상과는 달리 그저 평범한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었고, 바다가 보일 거라 기대했던 제가 살짝 민망해질 정도였습니다. 대신 해저터널을 빠져나오면 사장교 구간이 이어지는데, 그 부분에서 보이는 바다가 정말 시원하고 예뻤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알아 두어야 할 점은, 해저터널 구간에서는 수심이 깊은 곳을 지나는 만큼 귀가 살짝 멍해지는 느낌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도 그렇게 느끼는데 반려견은 더 어리둥절해할 수 있어서, 저희 아이도 그 구간에서는 평소답지 않게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거가대교는 통행료가 있는 민자도로라는 점도 미리 챙겨 두는 편이 좋습니다.

 

거가대교를 자나면서

거제도 식사, 김영삼대통령기록전시관, 그리고 바람의 언덕

거제도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점심 식사였습니다. 바닷가에 왔으니 회를 먹고 싶어 횟집을 찾았는데,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지 여쭤보니 안 된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족들과 번갈아 가며 식사를 했고, 저는 한 사람이 안에서 식사하는 동안 바깥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냈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서 여유 있게 회를 즐기고 싶었던 마음과 달리 교대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먹은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즉흥 여행을 좋아하다 보니 매번 미리 알아보지 못해 이런 일이 생기는데, 반려견 동반 가족 여행이라면 식당만큼은 출발 전에 한두 곳 정도 미리 확인해 두시기를 권합니다.

식사 후 바닷가를 천천히 걸으며 산책을 하던 중 엄마가 갑자기 "오리 봐라" 하시는 바람에 가족 모두가 웃음이 터졌습니다. 바다에 웬 오리냐고 물었더니 말이 헛나오셨다고 하셨고, 옆에 계시던 아빠가 "여기 오리가 어딨어, 갈매기지" 하시며 웃으셔서 한참을 가족이 다 같이 웃었습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갈매기를 보면 그날 일이 떠오릅니다. 산책길 끝자락에서는 건어물을 파시는 분이 노가리를 굽고 계셨는데, 한 입 맛본 노가리가 너무 맛있어 바로 한 봉지 샀습니다. 아이가 그 냄새를 맡으며 코를 킁킁댔지만, 노가리처럼 짠기가 있는 음식은 반려견에게 위험할 수 있어 미리 챙겨 둔 강아지 간식으로 대신 달래 주었습니다. 짜고 양념이 강한 사람 음식은 반려견의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여행 중에도 평소 먹이던 간식만 챙겨 주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목적지 없이 차를 타고 거제도 안쪽으로 향하다 보니 관광버스가 줄지어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보였고, 호기심에 그 뒤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도착해 보니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기록 전시관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사람이 많아 아이는 이동장에 넣은 채로 함께 둘러보았습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이곳저곳 꼼꼼히 보고 다시 길을 나섰고, 이번에는 검색을 해서 바람의 언덕으로 향했습니다. 도착해 보니 바람의 언덕 일대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구역이라 반려견 출입이 제한된다는 안내가 있었습니다. 미리 알아보지 않은 저희 가족의 잘못이라 어쩔 수 없이 가족과 번갈아 가며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부모님께서 먼저 언덕에 올라 풍차와 바다를 둘러보고 내려오신 다음, 제가 올라가 시원한 바다 풍경을 눈에 담는 동안 가족이 아래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 주셨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발밑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온몸을 감싸 주는 느낌은 분명히 인상적이었고, 왜 사람들이 거제도에서 이곳을 첫 손에 꼽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다만 반려견과 함께 가실 분들은 제가 그랬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바람의 언덕은 국립공원 구역이라 반려견 출입이 어려우니, 가족 중 한 사람이 아이를 봐주는 일정으로 미리 계획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보다 정확한 안내는 한려해상국립공원 공식 누리집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번 여행은 숙소를 잡지 않은 당일치기였기에 더 많은 곳을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거제도는 봄과 초여름이 특히 바다 빛이 맑아 반려견과 산책하기에 좋은 계절이고, 저희 아이도 가덕휴게소와 바닷가 산책길에서 혀를 길게 내밀고 행복해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다음번에는 가족 모두가 조금 더 여유 있게 머물 수 있도록 반려견 동반 펜션을 예약해 1박 이상 일정으로 다시 다녀올 계획입니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가족 여행은 준비할 것도 많고 변수도 많지만, 그만큼 가족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추억이 깊게 남는 여행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반려견과 거제도를 계획하시는 분들께서는 식당과 명소의 동반 가능 여부만 미리 한 번씩 확인하신다면, 분명 잊지 못할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거가대교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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