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정보를 잘 찾아보지 않는 편입니다. 영화관에 갈 때도 예고편을 보지 않고 들어가거든요. 모르고 마주하는 첫 장면이 좋아서 그렇게 다니는데, 이게 늘 좋게만 흘러가지는 않더라고요. 막상 도착해서 문제가 생기면 대처할 방법이 없어지기도 하니까요. 제주 여행 중 카멜리아힐을 가기로 마음먹은 그날이 딱 그런 날이었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카멜리아힐은 꼭 한번 가봐야지 했던 곳이라 가족들과 단지를 데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했는데, 매표소 앞에서 예상 못한 상황을 만났습니다. 그 짧은 몇 분이 그날 여행 중 가장 또렷한 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카멜리아힐 매표소에서 생긴 일
카멜리아힐에 도착하니 주차장은 넓었지만 대형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 있었고 단체 관광객도 많아 보였습니다. 주차장 바닥이 자갈로 되어 있어서 단지를 그대로 내려놓으면 발을 아파할 게 분명했습니다. 노령이 되면서 단지는 거친 바닥을 유난히 힘들어했거든요. 그래서 차에서 개모차를 꺼내 단지를 태우고 매표소 쪽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습니다.
매표소로 가는 길에 사진 속 그 돌하르방을 만났습니다. 두건을 머리에 묶고 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작은 가방까지 멘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잠시 멈춰서 사진을 찍었고, 입장하기도 전에 기분이 한결 좋아졌습니다. 카멜리아힐은 입구부터 사람을 환영하는 장치들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기분 좋게 매표소에 도착해 입장권을 끊으려는데 직원분이 "강아지는 안 됩니다" 하시는 겁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분명히 반려견 동반 가능이라고 안내된 곳이었고, 그래서 단지를 데리고 제주까지 함께 온 것이었으니까요. "여기 강아지 동반 가능하다고 되어 있잖아요" 하고 여쭤보니 직원분이 "강아지가 일정 무게 이하만 가능합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당시 카멜리아힐의 반려견 동반 기준은 작은 강아지에게만 적용되었습니다. 운영 방침은 그때그때 바뀔 수 있는데, 지금은 8킬로그램 미만까지 동반이 가능하다고 안내되고 있어 미니어처 슈나우저 정도면 큰 무리가 없는 편입니다. 정확한 동반 조건은 방문 전 [카멜리아힐 관람 안내]에서 확인하시는 게 안전합니다. 카멜리아힐 주소는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병악로 166이고, 하절기에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합니다.
단지 무게로 막힐 뻔한 입장
문제는 그날의 단지가 그 무게 기준에 살짝 걸린다는 점이었습니다. 잠깐 망설이다가 저는 개모차에 앉아 있던 단지를 두 손으로 번쩍 들어 올렸습니다. 그러고는 직원분께 "저희 단지가 그렇게 무거워 보이세요?" 하고 웃으며 물었습니다. 그러자 직원분이 단지를 한 번 쓱 보시더니 "아, 그렇게는 안 무거워 보이시네요" 하시는 겁니다.
까딱 잘못했다간 그날 카멜리아힐을 못 볼 뻔했는데, 단지의 까만 털과 자그마한 몸집, 그리고 옆에 선 제가 등치가 있는 편이라 단지가 시각적으로 더 작아 보이는 효과가 난 것 같았습니다. 가족들끼리 눈빛만 주고받으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단지는 영문도 모른 채 개모차에 다시 앉아 우리만 쳐다보고 있었고요.
직원분은 친절하게 안내를 덧붙여주셨습니다. 반려견을 동반해 들어갈 때는 가능하면 바닥에 내려놓지 말고 개모차나 가방 안에 두는 것이 좋고, 다른 관람객을 위해 짖지 않게 잘 챙겨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무사히 입장권을 끊고 게이트를 통과하면서 저는 단지를 다독이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작은 에피소드 같지만 반려견과 여행을 다녀보신 분들은 이런 순간이 얼마나 마음을 졸이게 하는지 아실 겁니다. 한 사람이 안 된다 하면 그 여행지의 풍경 전부가 닫혀버리는 셈이니까요. 카멜리아힐 입장료는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고 지금은 성인 1만 원, 청소년 8천 원, 어린이 7천 원으로 안내되고 있습니다. 주차는 무료이고 자갈 바닥이 있는 구간이 있어, 작은 반려견과 함께 가신다면 개모차나 가방을 챙겨가시는 걸 권합니다.

개모차로 둘러본 수국과 식물원
게이트를 통과해 안쪽으로 들어가자 바깥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카멜리아힐은 이름 그대로 동백꽃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우리가 갔던 8월 초는 동백의 계절이 아니었습니다.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은 수국이었고, 수국도 한창때를 지나 끝물에 가까운 시기였습니다. 한 발 늦은 느낌이 살짝 아쉽긴 했지만, 색이 바래기 직전의 수국에는 또 그 시기만의 차분한 색감이 있더라고요.
카멜리아힐 안쪽은 생각보다 훨씬 넓었습니다.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기 좋은 동선이 잘 짜여 있어서 개모차를 끌고 다녀도 무리가 없었습니다. 중간중간 지도가 서 있어 길을 잃을 염려도 없었고, 음료를 파는 작은 매점도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았습니다. 자그마한 조형물과 연못, 그늘 아래 벤치도 곳곳에 마련되어 있어 단지를 잠시 내려 바람을 쐬게 해 주기도 좋았습니다.
안쪽에는 실내 식물원도 있었는데, 그곳도 개모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어 단지와 함께 동선을 끊김 없이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실내라 시원해서 더위에 지친 단지가 한결 편안해 보였고, 저도 잠시 더위를 식히며 식물을 천천히 볼 수 있었습니다. 화장실은 많지는 않지만 곳곳에 있어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한 바퀴 천천히 돌아보니 두 시간 남짓 걸리는 코스였습니다. 사진을 많이 찍거나 풍경을 음미하면 더 오래 머물 수도 있고요. 단지는 수국 덤불 앞에서 가만히 코를 내밀고 한참 바라봤는데, 그때 찍은 사진이 지금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지 사진 중 하나로 남았습니다. 동백의 계절에 다시 와본다면 또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지를 두 손으로 번쩍 들어 올렸던 그날, 우리는 카멜리아힐을 무사히 다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매표소 앞에서 잠시 마음을 졸였던 그 짧은 순간이 없었더라면, 이 여행이 지금처럼 또렷하게 남지는 않았을 겁니다. 작은 위기를 함께 넘기고 정원을 거닐며 단지의 표정을 살피던 그 시간이 사진 속 수국보다 더 짙은 색으로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카멜리아힐을 계획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반려견 동반 기준을 미리 한 번 더 확인하시고, 여유 있게 한 시간 이상 잡고 가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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