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좋아하는 마음이 깊어지다 보면 어느 순간 꽃을 따라 길을 나서게 되더라고요. 저는 향수를 만드는 법도 배우고, 여러 재료로 꽃을 만드는 법도 익혔는데요. 그래서인지 여행을 가도, 가벼운 산책을 나서도 꽃이 있는 자리, 꽃이 흐드러진 계절을 자꾸만 찾게 되거든요. 이번에 향한 곳도 결국 꽃이었습니다. 작약이 만개했다는 소식 하나에 마음이 먼저 영천으로 달려가 있었거든요.
눈부신 분홍빛에 잠긴, 영천 작약축제
경산에서 출발해 영천으로 향했습니다. 평소 여행 계획을 꼼꼼히 세우는 편은 아니지만, 축제만큼은 꼭 한 번 살펴보고 가는 편이거든요. 우리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인지 미리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다행히 영천 작약축제는 반려견 동반에 별다른 제재가 없어서, 가족 모두 함께 길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작약은 만개 시기를 미리 예측해 일정을 잡는 축제라, 방문 전 일정을 한 번 더 확인하시는 걸 권해드려요.
축제는 보현산약초식물원과 화북면 정각리 일원, 삼창리 일원에서 동시에 열리는데요. 아버지 직장이 영천이고 어릴 적 살았던 동네라 길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한 곳만 들러도 평생 볼 작약을 다 본다 싶을 만큼 꽃이 빼곡하다고 들었거든요. 작약 뿌리는 한약재로도 쓰여서, 농민분들이 예쁘면서 약재로도 쓸 수 있어 기르신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고운 꽃이 약까지 된다니 참 귀한 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삼창리 일원으로 방향을 잡았는데요. 도착하니 이미 다녀가신 분들과 머물고 계신 분들로 제법 붐비더라고요. 주차장이 협소해서 갓길이나 흙길에 마련된 임시 주차 공간을 이용해야 했거든요. 가능하시면 평일에 방문하시는 걸 권해드리고, 5월 중순이라 햇볕이 제법 따가우니 양산도 꼭 챙기시는 게 좋습니다. 안내를 따라 작약밭에 들어선 순간, 광활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의 꽃이 펼쳐져 있었어요. 큼지막하고 탐스러운 작약이 그저 카메라에 담기만 해도 그림이 되더라고요.

우리 반려견도 작약 향에 그만 넋을 놓더라고요. 연신 코를 킁킁대며 꽃 사이를 들여다보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저는 꽃을 보는 시간보다 그 모습을 보는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습니다. 반려견보다 작약꽃이 훨씬 크고, 꽃밭이 빽빽하게 들어찬 곳이라 오프리쉬는 절대 절대 안 되거든요. 사람도 많이 오가는 자리라, 안고 둘러보시는 편이 훨씬 안전하고 편하더라고요.
저희 반려견은 엄마 등에 업혀서 꽃밭을 한 바퀴 돌았는데요. 등에 업힌 채로 꽃 사이를 지나며 향을 맡고, 사람들 인사도 받고,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그 시간이 참 평온해 보였습니다. 저도 덩달아 마음이 차분해지더라고요. 예쁨을 정말 한가득, 눈에도 마음에도 꾹꾹 담아 왔습니다.
참고로 올해 2026년 작약축제는 5월 15일부터 5월 24일까지 열린다고 하니, 일정 맞춰 한 번쯤 다녀오시길 추천드려요. 저도 올해 또 갈 예정이거든요. 입장료는 따로 없고, 주차는 위에 말씀드린 대로 다소 불편할 수 있으니 시간 여유를 두고 출발하시는 게 좋습니다. 반려견 동반 가능 여부는 해마다 정책이 바뀔 수 있으니 방문 전 한 번 더 확인해 보시는 걸 권해드릴게요.
풍차 아래 펼쳐진 비밀, 화산산성 하늘 전망대
작약을 실컷 보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화산산성 하늘 전망대였습니다. 주소지는 군위지만 영천에서 그리 멀지 않거든요. 다만 가는 길이 정말 꼬불꼬불해서, 이름처럼 하늘에 닿아야 도착하는 건가 싶을 만큼 산길을 한참 올랐어요. 우리 반려견도 가는 내내 조금 지겨워하는 눈치라, 간식 하나 쥐여 주면서 달래 가며 올라갔습니다. 이대로 그냥 내려갈까 싶던 그 순간, 눈앞에 풍차가 떡하니 나타나더라고요.
사실 화산산성 하늘 전망대는 도착한 순간엔 진가를 잘 모르거든요. 사진 찍을 수 있는 자리 몇 곳, 그리고 풍차. 처음엔 이게 전부인가 싶어서, 험난한 길을 올라온 보람이 좀 허무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사진 스폿에 서서 발밑 경치를 내려다보는 순간, 제가 단단히 착각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멋진 풍경이 펼쳐져서 셔터만 누르면 그대로 작품이 되더라고요.
이렇게 사진에 열심이었던 적이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신이 나서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으니, 우리 반려견이 자기도 찍어 달라는 눈빛으로 저를 빤히 보더라고요. 그래서 가족들과 함께 예쁘게 한 컷 남겼습니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신다면 꼭 한 번 가보시길 권해드려요. 주차장이 마련돼 있어 주차는 어렵지 않고, 반려견 동반도 가능합니다. 다만 위쪽엔 카페나 매점이 따로 없으니 음료나 간식은 미리 챙겨 가시는 편이 좋아요. 제가 갔을 땐 무인 판매 부스에서 고로쇠물을 팔고 있어서 한 병 사 왔는데요. 그 지역에서 채취한 농작물을 파는 듯하니, 다음엔 또 어떤 걸 만나게 될지 그것도 작은 즐거움이더라고요.

꽃을 좋아해서 시작된 하루였는데, 결국 풍차 아래 풍경까지 마음에 담아 온 여행이 됐습니다. 작약 향에 코를 묻던 반려견의 모습, 엄마 등에 업혀 꽃밭을 거닐던 그 평화로운 표정, 그리고 산길 끝에서 만난 뜻밖의 풍경까지. 반려견과 함께 길을 나서면 같은 장소도 두 배로 깊어지는 것 같거든요. 보는 것을 함께 보고, 머무는 시간을 함께 머무는 그 감각이 참 귀하더라고요. 혹시 5월에 영천 쪽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작약축제와 화산산성 하늘 전망대를 함께 묶어 다녀오시는 코스 어떠신가요. 여러분의 봄에도 꽃 한 다발 같은 하루가 깃들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