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큰 절들을 주로 찾아다녔는데, 어느 날 문득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작은 절들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졌어요. 멀리 있는 유명한 곳들만 찾아다니다 보니 정작 동네에 있는 절들은 한 번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가까운 곳부터 차근차근 둘러보자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처음 향한 곳은 경산 경흥사였고, 그곳에서 살짝 아쉬움을 느낀 저를 보고 아버지가 가까운 곳에 절이 하나 더 있다며 이끌어주신 곳이 성굴사였어요. 두 곳 모두 크게 알려지지 않은 작은 절이지만, 다녀온 뒤에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건 의외로 이 두 곳이었어요. 큰 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소박함과 따뜻함이 있더라고요. 유명하지 않다는 게 오히려 그 절들의 매력이라는 걸 그날에야 알게 됐습니다.
조용히 자리 잡은, 경산 경흥사의 소박한 풍경
경흥사는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곳이고, 주위에 사는 주민들이나 이미 알고 있는 몇몇 분들만 찾는 그런 절이었어요. 경산시 남천면에 위치하고 있고 주차장은 따로 마련되어 있는데 무료라서 부담 없이 들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름도 잘 모르는 곳이라 큰 기대 없이 들어섰는데, 알고 보니 생각보다 역사가 깊은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경흥사는 1644년 목조석가여래삼존불을 조성한 후 경흥사라고 명명되었다고 합니다. 사백 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절이라고 생각하니 작은 규모에도 마음이 새삼 다르게 다가오더라고요. 큰 절들이 가지는 웅장함과는 또 다른, 오랜 시간 묵묵히 이 자리에 있어왔다는 무게감 같은 게 느껴졌어요.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다고 해서 가치가 덜한 게 아니라, 그저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지나간 시간들을 품고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절이라는 공간은 원래 이렇게 조용한 게 본래 모습일지도 모르겠어요.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래도 둘러볼 만한 것들이 있어서 천천히 한 바퀴를 돌았어요. 반려견도 함께 걸을 수 있어서 좋았고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우리 강아지도 평소보다 더 편하게 걷는 듯했어요. 사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조금 실망을 했어요. 크게 볼거리가 많은 것도 아니고, 반려견과 함께 그냥 외부만 둘러봐야 했고, 규모도 작은 편이라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거든요. 한참 절을 다니다 보니 자꾸 큰 절들과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그동안 다녀왔던 웅장한 절들의 풍경이 머릿속에 남아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 마음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는지 아버지께서 가까운 곳에 절이 하나 더 있다고 하시면서 발길을 돌리게 해 주셨어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때 너무 성급하게 실망했나 싶기도 해요. 작은 절은 작은 절대로의 매력이 있는데, 그날따라 큰 풍경에 눈이 익어서 그 소박함을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사실 절을 찾는 마음이라는 게 풍경을 보러 가는 것만은 아닌데, 어느새 저도 모르게 눈요기를 기준으로 절을 평가하고 있었던 것 같아 조금 부끄럽기도 합니다. 다음에 다시 가게 된다면 그때는 좀 더 천천히, 마음을 비우고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 적고 조용한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평화가 분명 있을 테니까요.
동굴 법당의 고요함, 성굴사에서 마주한 위로
성굴사는 이름에서부터 어쩐지 느낌이 오는 절이에요. 굴이 있을 것 같은 이름인데, 정말 그게 맞더라고요. 도착하자마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절 쪽을 바라봤는데, 건물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게 돌탑들이었어요. 돌탑이 정말 많았는데, 저 돌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소원이었을 거라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돌을 하나씩 올렸을 사람들의 마음을 떠올려보니, 절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종교적인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의 간절함이 차곡차곡 쌓이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이 가장 유명한 이유는 맥반석 동굴 법당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 집과 가까운 곳에 이런 특별한 곳이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왜 이제야 알게 됐을까 싶은 아쉬움도 들었어요. 가까이 있는 좋은 곳들은 오히려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멀리 있는 유명한 곳을 찾아다니느라 정작 동네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곳들은 놓치고 살았던 거죠. 경흥사에서 살짝 가라앉았던 마음이 다시 활기를 되찾는 순간이었습니다. 동굴 법당이라는 말만 들어도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리더라고요.

동굴 법당에 들어가 보자고 했는데, 누구도 반려견은 안 된다고 한 적은 없지만 왠지 모르게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저만 먼저 들어갔어요. 어두컴컴한 동굴 같은 공간이었고 은은한 불빛이 비추는데, 그 안에 약사여래불이 모셔져 있더라고요. 들어서는 순간 바깥의 더위가 거짓말처럼 사라지면서, 왠지 모를 경건함이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왔어요. 동굴 안의 그 서늘하고 고요한 공기가 마음까지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는 느낌이었습니다. 평소엔 잘 빌지도 않는 제가 가족들의 건강을 가만히 빌고 나왔습니다. 어릴 땐 무언가 거창한 걸 빌었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들수록 결국 빌게 되는 건 가족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뿐이더라고요. 나와서 부모님과 교대를 하고 저는 반려견과 함께 절 내부를 걸었는데, 우리 강아지가 자꾸 걷기 싫어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바닥이 돌이라 발이 불편했나 봐요.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와서 바로 안고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작은 몸으로 열심히 걷다가 결국 안기는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요. 여기도 넓은 부지는 아니지만 나름의 볼거리가 있어서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 보고 나오는 길에는 가족의 안녕을 위해 촛불 하나를 켜고 돌아왔습니다. 작은 촛불 하나에 마음을 담아 켜는 그 순간이 어쩐지 오늘 하루의 마침표를 찍는 것 같았어요.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반려견이 또 잠에 취해 있는 모습을 보니, 오늘도 신나게 잘 놀았구나 싶어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처음엔 경흥사에서 살짝 실망했던 마음이 성굴사에서 완전히 풀어졌어요. 큰 절을 다닐 땐 웅장한 풍경에 압도되는 느낌이었다면, 이 작은 두 절에서는 오히려 마음 가까이 다가오는 위로 같은 게 있더라고요.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낀 하루였습니다. 어쩌면 진짜 위로는 화려한 풍경이 아니라 조용히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작은 공간에서 오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큰 절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절들을 찾아보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그곳에서 만나는 고요함과 따뜻함은 또 다른 결의 위로가 되어줄 거예요. 가족의 건강을 비는 마음, 사랑하는 반려견과 함께 걷는 발걸음, 그리고 작은 촛불 하나. 이런 소소한 것들이 모여서 오늘 하루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만든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