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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움이 익어가는 축제 나들이 (강변공원, 한의마을, 와인축제)

by 반려견과여행 2026. 4. 30.

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는 날, 저는 가족들과 함께 영천으로 향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오랜 시간 일터로 다니시는 도시이자, 제가 한두 살 무렵부터 열두 살까지 자랐던 고향 같은 곳이거든요. 영천은 한약, 한우, 과일, 와인 축제가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열리는 도시인데, 주 무대들이 멀지 않은 거리에 모여 있어 하루 동안 여러 축제를 둘러보기에 정말 좋습니다. 매년 같은 계절이면 다시 발걸음이 향하는 곳, 바다를 매년 찾아가는 마음과 비슷하게 자꾸만 그리워지는 도시. 오늘은 그 정겨운 영천을 가족과 반려견과 함께 천천히 걸어본 하루를 담아보려 합니다.

어린 추억이 머무는 강변, 영천강변공원과 공설시장

경산에서 출발해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영천강변공원이었어요. 계절마다 꽃들이 곱게 조성되어 있어 산책만 해도 기분이 환해지는 공간입니다. 축제 주최 측에서 마련한 주차장이 꽤 넓어서 평일에는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주말이라도 주차를 못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영천다리 인근으로 걸어가니 축제 조형물들이 곳곳에 놓여 있어 천천히 걷기만 해도 볼거리가 풍성하더라고요. 우리 강아지도 신이 났는지 코를 킁킁대며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야외 행사장이라 반려견 동반에 제한이 없어서 마음이 한결 편했어요.

다리 주변에는 외부 상인들이 차린 먹거리 부스도 많은데, 저는 이곳보다는 조금 떨어진 영천공설시장을 더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장날과 축제 기간이 맞물리면 시장이 훨씬 크게 서거든요. 시골 할머니들이 직접 캐 오신 제철 나물이며 손수 만든 먹거리들이 정말 먹음직스러워서, 저희 가족은 시장에 들르면 두 손 가득 보따리를 안고 나옵니다. 집에 가져가 해 먹으면 그게 또 꿀맛이더라고요. 다만 사람이 붐빌 때는 반려견의 발이 밟힐 수 있어, 개모차를 이용하시거나 안고 다니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저희 강아지는 엄마 등에 업히는 걸 워낙 좋아해서 사람 많은 곳에서는 업혀 다니는데, 그 모습이 또 어찌나 귀여운지요.

 

영천 강변 공원

향긋한 약초 내음 가득한 한의마을의 하루

다음으로 향한 곳은 영천 한의마을이었습니다. 차로 이동해 도착했는데, 주차장이 넓긴 해도 흙바닥이라 먼지가 살짝 날리고 안내가 다소 부족한 편이라 처음 가시는 분이라면 조금 우왕좌왕하실 수도 있어요. 매년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미리 동선을 알아보고 가시면 훨씬 편하실 거예요.

한의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여러 축제의 부스들과 무대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한약, 한우, 과일 축제가 거의 같은 시기에 열리다 보니 볼거리가 정말 다채롭더라고요. 과일축제 무대에서는 마침 사과 깎기 대회가 한창이었는데, 껍질을 끊지 않고 길게 깎는 게 관건이었어요. 저는 평소 가정에서 솜씨를 보이시던 어머니 등 떠밀어 무대로 올려 보냈는데, 다른 참가자분들도 모두 가정주부 셨다는 점을 제가 미처 헤아리지 못했더라고요. 어머니는 중간에 살짝 삐끗하시는 바람에 등수에는 들지 못하고 내려오셨습니다. 우리 강아지도 어쩐지 아쉬운 눈치였어요.

무대 옆에서는 농민분들이 직접 키운 사과를 판매하시면서 시식도 권하셨는데, 한 조각을 강아지에게 건네자 눈이 반짝거리며 받아먹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웠습니다. 안내소에서 받은 스탬프 종이를 들고 이곳저곳을 돌며 도장을 모으면 한약 향이 나는 작은 오너먼트를 받을 수 있는데, 한약 냄새를 좋아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온 가족이 부지런히 다녔어요. 한의원 부스에서는 진맥과 뜸 체험도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쪽은 반려견 출입이 어려워 가족에게 강아지를 잠시 맡기고 다녀왔습니다. 식당 내부도 동반이 어려워, 저희는 외부 분식 코너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며 야외 자리에서 함께 쉬었어요. 그러던 중 아버지께서 예전 동네 친구분과 우연히 마주치셨는데, 이런 만남이 또 영천이라는 도시의 정겨움인가 싶어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한약제들

포도향이 익어가는 농업기술센터의 와인축제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영천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리는 와인축제장이었습니다. 영천이 포도 산지로 유명한 만큼, 직접 빚어낸 와인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거든요. 농업기술센터로 들어서니 포도와 와인 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고, 건물 내부에 시음과 체험 부스들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다만 이곳은 대부분의 공간이 반려견 출입이 어려운 편이었어요. 실내 부스나 시음 공간은 위생상 동반이 제한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잠깐 분위기만 눈에 담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가족 중 한 분이 강아지와 차에서 기다리고 다른 분이 둘러보는 식으로 분담하면 가능하긴 하지만, 이번에는 모두 함께하는 일정으로 잡았던 터라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어요. 반려견 없이 다시 방문한다면 시음과 체험까지 차분히 즐기고 싶은 곳입니다.

축제장을 빠져나오기 전, 입구 쪽에서 잠시 멈춰 서서 풍경을 바라봤어요. 가을 햇살에 익어가는 포도밭이 멀리 보이고, 와인 잔을 든 사람들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참 평화로워 보였거든요. 영천에서 열리는 축제들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곳을 오가며 즐기는 재미가 있는데, 그래서 매년 와도 새롭고 또 익숙한 풍경이 함께 펼쳐지는 것 같습니다. 운영 시간이나 행사 일정, 반려견 동반 가능 여부는 해마다 조금씩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 전에 한 번 확인해 보시기를 권해드려요.

축제장에서 사진한컷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뒷자리에서 새근새근 잠든 강아지를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 강아지에게도 즐거운 시간이었을까, 새로운 냄새와 사람들 속에서 충분히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린 시절을 보낸 도시에서 가족과 반려견이 함께 걷고 웃고 또 누군가를 우연히 마주치는 일. 그 평범한 하루하루가 쌓여 다시 영천으로 발걸음을 향하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 가까운 곳에서 가족, 반려견과 함께 정겨운 축제를 즐기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가을의 영천을 한번 떠올려 보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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