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운전대를 잡으니 생각보다 멀게 느껴지는 곳이 있습니다. 청도가 저에게는 그런 동네였거든요. 경산에서 출발해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휴게소도 없고, 잠깐 차를 세우고 싶어 갓길을 찾아도 이내 길이 좁아지면서 정차할 곳이 사라져 버리더라고요. 그래서 청도행은 늘 마음의 준비가 조금 필요합니다. 그래도 한 번 다녀오면 이상하게 또 가고 싶어지는 곳, 반려견과 함께 청도의 세 군데를 천천히 돌아본 하루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흙먼지 속 함성, 청도 소싸움경기장의 낮
첫 번째 코스는 청도 소싸움경기장이었습니다. 주말에는 셔틀버스도 운행되고, 1년에 한 번 소싸움 축제가 열리는 곳이거든요. 축제 일정은 매년 달라지기 때문에 따로 날짜를 적지는 않겠지만, 축제 기간에 맞춰 가시면 부대행사도 풍성하고 초대 가수 무대도 있어서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습니다. 다만 경기장 안에서는 실제로 소들이 격하게 부딪히기 때문에 반려견 동반은 금지되어 있더라고요. 반려견을 본 소가 흥분하면 위험해질 수 있어서라고 하니, 이 부분은 꼭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반려견과 함께라면 경기 관람보다는 축제 기간의 외부 행사장이 훨씬 즐기기 좋습니다.
저는 모처럼 왔으니 소싸움을 한 번은 봐야겠다 싶어, 반려견은 아버지께 잠시 맡기고 어머니와 함께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막상 마주한 소싸움은 생각보다 무섭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소들이 안쓰럽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본격적으로 부딪히기 시작하다가도 유혈 사태가 벌어질 것 같으면 곧바로 경기를 중지시키더라고요. 그 짧은 사이에 어찌나 긴장했는지,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습니다. 주차는 경기장 부지가 넓어 어렵지 않은 편이고, 경기 일정과 반려견 동반 가능 구역은 방문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어둠, 청도 와인터널의 깊은 향
두 번째로 향한 곳은 청도 와인터널입니다. 청도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것이 감이지요. 그 감으로 와인을 빚어 만든 곳이 바로 여기인데, 옛 철길 터널이 폐쇄된 후 그 자리를 와인 저장고로 다시 살려낸 공간입니다. 입구에 도착하니 이미 사진을 찍는 분들이 꽤 계셔서, 아 여기가 포토 스폿이구나 싶었습니다. 저희 가족도 반려견과 함께 한 컷을 남겼는데, 뒤편에 다른 분들이 함께 담겨 아쉽긴 했지만 배경이 워낙 예뻐서 그것대로 마음에 드는 사진이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와인터널 안쪽은 반려견 동반이 금지되어 있어서, 어머니께서 반려견과 함께 그늘에서 쉬시는 동안 저는 아버지와 둘이 들어가 보았습니다. 들어서자마자 공기가 확 바뀌더라고요. 어둡고 서늘하고 약간 습한 느낌, 아 이런 환경이라야 와인이 잘 익는구나 싶었거든요. 큰 나무통에 작은 수도꼭지가 하나 달려 있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저기에 컵을 대고 계속 받으면 도대체 몇 사람이 마실 수 있을까 같은 엉뚱한 상상도 했습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와인을 시음하고 구입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오는데, 저는 선물용으로 두 병을 골랐습니다. 살짝 맛본 와인에서 정말 아주 옅게 감 향이 스치듯 느껴져서 신기했습니다. 더 깊숙이 들어가면 조명과 조형물로 꾸며 둔 포토존이 곳곳에 있어 생각보다 오래 머물게 되더라고요. 입장료는 없고 시음 운영 여부는 시즌마다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을 권해 드립니다.

별빛 아래 오래 머문 밤, 청도 프로방스의 마지막 풍경
밖으로 나오니 햇살이 어느새 뉘엿뉘엿 기울고 있었습니다. 어머니와 반려견은 근처를 산책하고 쉬기를 반복하셔서 조금 지쳐 보였지만, 마지막 한 곳이 남아 있었기에 저희는 다시 차에 올랐습니다. 마지막 여행지는 청도 프로방스였거든요. 이곳은 어둑해질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문을 여는 곳이라, 일정의 끝자락에 두기에 딱 좋은 코스입니다. 주차장이 넓어 차 대기가 수월하고, 무엇보다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다는 점이 제게는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입장에는 입장료가 필요한데, 미리 할인권을 검색해 두고 가시면 조금 더 합리적으로 다녀오실 수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안쪽에는 몇 해 전 새로 생긴 펫존도 있지만, 저희는 굳이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반려견과 함께 곳곳을 천천히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부지가 워낙 넓어서 개모차를 챙겨 간 것이 정말 신의 한 수였거든요. 작은 친구 걸음으로는 다 돌기에 벅찬 규모라, 개모차 없이 가셨다면 중간중간 안고 다니셔야 했을 거예요. 테마별로 꾸며진 조명이 어찌나 예쁘던지, 사진을 수십 장 아니 수백 장은 찍은 것 같습니다. 이곳은 정말 어디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예쁘게 담겨서, 추억을 가득 안고 돌아왔습니다. 입장료와 운영 시간, 펫존 이용 규정은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출발 전 한 번 더 확인해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녀와 보니, 청도는 하루를 꽉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는 동네였습니다. 낮의 흙먼지와 함성, 어둑한 터널 속 와인의 향, 그리고 밤의 불빛까지 결이 전혀 다른 풍경이 한 도시 안에 모여 있다는 점이 참 인상 깊었거든요. 반려견과 함께라면 경기장 내부나 와인터널 내부처럼 동반이 어려운 구간이 있다는 점만 미리 염두에 두시면, 가족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일정으로 충분히 다듬어 가실 수 있습니다. 혹시 청도행을 망설이고 계셨다면, 이번 글이 작은 길잡이가 되었기를 바라며 다녀오신 분들의 코스 이야기도 댓글로 들려주시면 정말 반갑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