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동반 여행기48 푸른 바다를 따라간 하루(장길리 복합낚시공원, 양남주상절리) 여름의 끝자락이었습니다. 부모님과 반려견을 데리고 동해안을 따라 천천히 차를 몰던 길이었거든요. 어디를 가야겠다고 정해둔 곳도 없이, 바다가 보이는 길을 따라 그저 흘러갔어요. 휴가라기보다는 잠시 일상의 결을 풀어두고 싶었던 시간에 가까웠어요. 그렇게 흘러가다 우연히 만난 두 곳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거센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풍경과 잔잔한 파도가 시간을 멈추게 한 풍경, 같은 동해인데도 결이 참 달랐던 하루였거든요. 사람이 많이 찾는 명소도 아니었고 미리 정보를 모아 간 곳도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또렷하게 남는 풍경들이 있었습니다. 부모님과 반려견과 함께 보낸 그 우연한 여정의 이야기를 적어봅니다.파도가 머무는 자리, 장길리복합낚시공원지도 앱에 미리 찍어둔 목적지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 2026. 5. 6. 돌 하나에도 시간이 머무는 청도읍성 (성곽길, 공북루, 석빙고) 경산으로 이사 온 뒤로 청도라는 동네를 정말 자주 찾게 됐습니다. 가까워서 부담이 없고, 의외로 가볼 만한 곳이 구석구석 숨어 있더라고요. 무엇보다 반려견과 함께 다닐 수 있는 공간이 많다는 점이 저에게는 가장 큰 매력이었거든요. 그중에서도 청도읍성은 갈 때마다 다른 결로 다가오는 곳이라, 이번에도 우리 강아지를 데리고 천천히 한 바퀴 돌고 왔습니다.돌로 쌓아 올린 시간, 성곽길 산책청도읍성은 청도군 한가운데에 자리한 석축성입니다. 남쪽은 높고 북쪽은 낮은 지형을 따라 돌로 쌓아 올린 성인데, 고려시대부터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많은 부분이 훼손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다행히 2008년부터 차근차근 복원이 진행되고 있어서, 지금은 절반 정도 옛 모습을 되찾았다고 합니다.도착하.. 2026. 5. 5. 작은 절에서 만난 큰 위로 (경흥사, 성굴사) 평소엔 큰 절들을 주로 찾아다녔는데, 어느 날 문득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작은 절들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졌어요. 멀리 있는 유명한 곳들만 찾아다니다 보니 정작 동네에 있는 절들은 한 번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가까운 곳부터 차근차근 둘러보자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처음 향한 곳은 경산 경흥사였고, 그곳에서 살짝 아쉬움을 느낀 저를 보고 아버지가 가까운 곳에 절이 하나 더 있다며 이끌어주신 곳이 성굴사였어요. 두 곳 모두 크게 알려지지 않은 작은 절이지만, 다녀온 뒤에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건 의외로 이 두 곳이었어요. 큰 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소박함과 따뜻함이 있더라고요. 유명하지 않다는 게 오히려 그 절들의 매력이라는 걸 그날에야 알게 됐습니다.조용히 자리 잡은, .. 2026. 5. 4. 마음을 비우고, 눈을 채우고 (은해사, 꽃양귀비밭)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절 생각이 납니다. 어릴 적엔 천주교를 믿었지만 절에도 자주 놀러 갔거든요. 사실 저는 종교를 하나로 딱 정해놓고 믿는 편이 아니라 거의 모든 종교에 마음을 열어두는 편이에요. 우리나라 관광지 중에 절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많기도 하고, 절에 들어서면 그 특유의 고요함이 마음을 가만히 가라앉혀 주는 느낌이 들거든요. 부모님도 그래서인지 가족여행을 갈 때면 자연스럽게 절을 찾으시곤 했어요. 어릴 적부터 그렇게 자라서인지 저에게 절은 종교적인 공간이라기보다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 쉼터에 가까워요. 이번에도 부처님 오신 날이 가까워져서 가족과 반려견을 데리고 길을 나섰습니다. 처음 향한 곳은 은해사였고,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만난 꽃양귀비밭에서 한참을 머물렀어요. 마음을 비.. 2026. 5. 3. 오래 머물고 싶은 봄날 (영천작약축제, 화산산성 하늘전망대) 꽃을 좋아하는 마음이 깊어지다 보면 어느 순간 꽃을 따라 길을 나서게 되더라고요. 저는 향수를 만드는 법도 배우고, 여러 재료로 꽃을 만드는 법도 익혔는데요. 그래서인지 여행을 가도, 가벼운 산책을 나서도 꽃이 있는 자리, 꽃이 흐드러진 계절을 자꾸만 찾게 되거든요. 이번에 향한 곳도 결국 꽃이었습니다. 작약이 만개했다는 소식 하나에 마음이 먼저 영천으로 달려가 있었거든요.눈부신 분홍빛에 잠긴, 영천 작약축제경산에서 출발해 영천으로 향했습니다. 평소 여행 계획을 꼼꼼히 세우는 편은 아니지만, 축제만큼은 꼭 한 번 살펴보고 가는 편이거든요. 우리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인지 미리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다행히 영천 작약축제는 반려견 동반에 별다른 제재가 없어서, 가족 모두 함께 길을 나설 수 .. 2026. 5. 2. 가볍게 떠난 근교 나들이 (계정숲, 자인 단오제, 최무선과학관) 단오 무렵의 자인은 평소보다 조금 더 분주해집니다. 매년 이맘때면 계정숲 일대가 사람들로 가득 차거든요. 저는 가족들과 반려견을 데리고 단오제가 열리는 날에 맞춰 계정숲으로 향했습니다. 경산에서 멀지 않은 거리이기도 하고, 평지에 가까운 숲이라 반려견과 걷기에도 부담이 없을 것 같았거든요.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들녘을 바라보며 달리는 길이 그 자체로 이미 작은 여행이 되어주었습니다. 우리 반려견도 평소보다 들뜬 기색으로 창밖에 코를 들이대며 새로운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고 있었고요.평지 위에 펼쳐진 푸른 그늘, 계정숲계정숲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평지 숲이라고 합니다. 산을 오르내리지 않아도 되는 숲이라니 반려견과 함께라면 더없이 반가운 조건이지요. 안으로 들어서면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키 자랑을 하.. 2026. 5. 1. 이전 1 ··· 3 4 5 6 7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