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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동반 여행기

단지를 안고 간 갯깍주상절리대 (돌길, 동굴, 알아두어야 할 것)

by 반려견과여행 2026. 6. 11.

제주에도 주상절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길을 나섰던 날이었어요. 주상절리라고 하면 보통 중문 쪽의 잘 알려진 곳을 먼저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찾아간 곳은 그런 유명한 데가 아니라, 올레길 한 코스 근처에 숨어 있다는 곳이라기에 오히려 더 마음이 갔어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보다는 한적하게 자연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요. 인근의 작은 공터에 차를 세우고 내렸는데, 막상 눈앞에 펼쳐진 건 끝없이 트인 바다뿐이었습니다. 도대체 주상절리가 어디 있다는 건지 한참을 두리번거렸어요. 그때 아빠가 저 안쪽으로 더 들어가야 보인다고 일러 주시더라고요. 초입에서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곳이라, 정말 여기가 맞나 싶은 마음 반, 설레는 마음 반으로 발을 옮겼습니다. 그날 단지를 품에 안고 걸었던 길이 그렇게 험할 줄은, 그땐 미처 몰랐지만요.

발밑을 살피며, 단지를 안고 걸었던 돌길

공터에서 바다 쪽으로 난 길로 들어서자마자, 발밑이 온통 둥글고 큼직한 돌들로 바뀌었어요. 모래사장이 아니라 사람 주먹보다 훨씬 큰 돌들이 끝도 없이 깔려 있는 길이었거든요. 평평한 데가 거의 없으니 한 걸음 한 걸음 디딜 자리를 눈으로 살피며 가야 했고, 그러다 보니 거리는 그리 길지 않은데도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자칫 발을 잘못 디디면 돌이 흔들리거나 발목이 돌 사이로 빠질 것 같아 마음이 놓이질 않았어요. 개모차는 애초에 굴러갈 수가 없는 바닥이었고, 강아지가 제 발로 걷기에도 무리겠다 싶었어요. 작은 발이 돌 틈에 끼이거나 미끄러지기 십상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결국 단지를 품에 안고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막상 안고 걸으니 길이 더 까다롭게 느껴지더라고요. 두 손이 자유롭지 못하니 균형을 잡기가 어려웠고, 무엇보다 제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기라도 하면 품에 있는 단지까지 다칠까 봐 그게 제일 걱정이었거든요. 그래서 돌 하나를 디딜 때마다 흔들리지 않는지 확인하고, 단지를 한 번 더 고쳐 안고, 그렇게 조심조심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더운 날씨에 온 신경을 발끝에 모으고 걷다 보니 도착하기도 전에 진이 다 빠지더라고요. 중간중간 평평한 돌을 찾아 잠깐씩 멈춰 숨을 고르기도 했습니다. 단지도 처음엔 얌전히 안겨 있다가 더위에 답답했는지 자꾸 몸을 뒤척여서, 그때마다 다시 달래 가며 걸었어요. 그래도 한 걸음씩 나아갈수록 양옆으로 솟은 절벽이 점점 가까워지는 게 느껴져서, 그 마음 하나로 계속 걸었던 것 같아요. 가족들도 서로 손을 잡아 주거나 짐을 나눠 들며 천천히 발을 맞췄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무사히 다녀온 게 다행이다 싶을 만큼, 결코 만만치 않은 길이었어요.

혹시 이곳을 찾으신다면 짐은 최대한 가볍게 하고 두 손은 비워 두시길 권해 드려요. 특히 반려견과 함께라면 안고 이동해야 할 가능성이 크니, 평소보다 조금 더 단단히 마음먹고 출발하시는 게 좋습니다.

 

주상절리가는길

고개를 젖혀 올려다본, 거대한 돌기둥과 동굴

한참을 그렇게 걸어 안쪽에 다다르니, 왜 이곳을 주상절리대라 부르는지 단번에 알겠더라고요. 검붉은 돌기둥들이 마치 누군가 일부러 깎아 세운 것처럼 가지런히, 그리고 까마득하게 하늘로 뻗어 있었어요. 고개를 한껏 젖혀야 겨우 꼭대기가 보일 만큼 높고 거대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곳 갯깍주상절리대는 갯깍에서 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절벽으로, 가장 높은 곳은 사람 키의 스무 배가 훌쩍 넘는다고 해요. 그 아래에 사람이 서면 점 하나처럼 작아 보여서, 절벽이 얼마나 큰지 새삼 실감이 났습니다. 돌기둥 표면에 손을 대 보니 생각보다 거칠고 단단했고, 오랜 세월이 그대로 새겨져 있는 듯했어요. 한쪽에는 파도가 오랜 세월에 걸쳐 깎아 만든 동굴처럼 움푹 파인 곳도 있었는데, 안으로 들어서니 한낮인데도 서늘한 기운이 돌더라고요. 이런 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고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오는 걸 보니,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명소가 맞는구나 싶었습니다.

갯깍주상절리 작은 동굴

 

그늘진 자리를 찾아 단지를 잠깐 내려놓았는데, 그사이 벌어진 일이 어찌나 귀엽던지요. 엄마가 덥다고 벗어 둔 옷을 돌 위에 올려 두었더니, 단지가 망설임도 없이 그 위에 폭 자리를 잡고 앉은 거예요. 우리는 다 같이 웃고 있었는데, 정작 안겨서 편하게 온 단지가 그중 제일 힘들어하는 표정을 짓고 있어서 한참을 더 웃었습니다. 그 시무룩한 얼굴이 어찌나 우습던지, 더위도 잠깐 잊을 정도였어요. 사람도 강아지도 더위에 지쳤던 날이라, 그 작은 그늘 한 자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어요. 잠시나마 숨을 고르고 나니 다시 절벽을 올려다볼 여유도 생기더라고요.

절벽 가까이에서 올려다보는 풍경은 사진으로 다 담기지 않을 만큼 압도적이니, 도착하시면 너무 서두르지 마시고 잠시 멈춰 천천히 올려다보시길 권해 드려요. 멀리서 볼 때와 바로 아래에서 볼 때의 느낌이 사뭇 다르거든요. 그 풍경 앞에 한참 서 있다 보면, 힘들게 걸어온 길은 어느새 까맣게 잊히더라고요.

 

옷위에 앉은 단지

찾아가기 전, 꼭 알아두어야 할 것

다녀와서 돌아보니, 이곳은 가시기 전에 몇 가지만 챙겨 두면 훨씬 수월하겠다 싶은 곳이었어요. 먼저 주차는 인근에 차를 세울 공간이 있긴 했고 따로 요금을 받지도 않았지만, 정식으로 마련된 주차장이라기보다는 빈터에 가까운 느낌이었거든요. 그러니 가시기 전에 주차가 가능한 상황인지 미리 확인해 두시는 편이 안심이 됩니다.

신발은 두말할 것 없이 운동화가 필수예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길 전체가 크고 둥근돌이라, 굽이 있거나 바닥이 얇은 신발로는 발목을 접질리거나 미끄러지기 쉽습니다. 돌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천천히, 안전하게 걷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요. 또 들어가는 길에는 그늘이 단 한 점도 없습니다. 모자와 긴 옷은 꼭 챙기시는 게 좋은데, 양산을 떠올리실 수도 있지만 한 손으로 양산을 들고 그 돌길을 지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더라고요. 자칫 균형을 잃기 쉬우니까요. 그래서 양산보다는 챙 넓은 모자와 가벼운 긴 소매가 훨씬 든든합니다. 물과 간식도 조금 챙겨 가시길 권해요. 쉴 만한 곳이라곤 동굴처럼 파인 그늘 한 곳뿐인데, 그마저도 돌바닥이라 온전히 앉아 쉬기는 쉽지 않았거든요.

반려견과 함께라면 더 신경 쓸 부분이 있어요. 개모차는 들어가기 어렵고 강아지가 직접 걷기에도 바닥이 험하니, 처음부터 안고 이동해야 할 각오를 하시는 게 좋습니다. 더운 날에는 사람도 강아지도 금세 지치니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움직이시고, 아이가 마실 물도 따로 챙겨 주시면 좋아요. 그늘이 없는 만큼, 볕이 가장 뜨거운 한낮보다는 조금 누그러진 시간대를 골라 가시는 것도 방법이고요.

그리고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제가 다녀온 2019년 무렵에는 길이 험해도 안쪽까지 들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다릅니다. 이 갯깍주상절리 구간은 절벽에서 돌이 떨어지는 낙석 위험 때문에 오래전부터 출입이 통제되어 왔고, 안전진단 등급이 더 낮아지면서 통행을 완전히 막는 쪽으로 관리되고 있거든요. 실제로 입구에는 펜스와 진입 금지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안전을 위해 무리해서 들어가지 않으시는 게 맞아요. 혹시 이 일대나 올레 8코스를 계획하신다면, 길의 통행과 우회 여부가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으니 제주올레 공식 홈페이지에서 최신 안내를 미리 확인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단지를 안고 걸었던 주상절리길

 

돌아오는 길도 갈 때 못지않게 힘들었지만, 이상하게도 오래 기억에 남는 건 그 고생스러움보다 품 안에서 느껴지던 단지의 무게였어요. 가장 편하게 안겨 왔으면서 제일 지친 얼굴을 하고 있던 그 모습이, 지금도 떠올리면 슬며시 웃음이 나거든요. 험한 길을 함께 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날 하루가 더 특별하게 남은 것 같습니다. 사람 손이 덜 닿은 자연을 직접 마주했던 그 시간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요. 다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은 안전 문제로 출입이 막혀 있어서, 이제는 사진과 기억으로만 그날을 떠올리게 되네요. 혹시 훗날 다시 길이 열리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운동화와 모자, 물 한 병, 그리고 서두르지 않을 넉넉한 시간을 꼭 챙겨 천천히 둘러보시길 바라요. 단지와 함께 넘었던 그 돌길이, 제겐 제주에서 가장 오래 남은 장면 중 하나로 자리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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