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견과 제주여행2 성읍민속마을, 오백 년 도읍지 (성문과 성벽, 초가집, 돌하르방) 붉은 송이가 깔린 길을 밟으며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검은 현무암을 쌓아 만든 성벽과 그 위로 날렵하게 솟은 성문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른 민속촌과 달리 이곳은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박제된 옛 모습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흐린 하늘 아래 둥근 초가지붕들이 낮게 엎드려 있었고, 돌담 사이로 난 골목은 어디로 이어질지 가늠이 되지 않았습니다. 단지는 낯선 흙냄새가 좋은지 코를 땅에 박고 앞장서 걸었고, 부모님은 마당 한쪽에 매달린 푸른 열매를 올려다보며 한참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비가 갠 뒤라 붉은 흙길에서는 흙냄새가 짙게 올라왔고, 그 위로 단지의 발자국이 작게 찍혔습니다. 어디서부터 둘러볼지 정하지 않은 채, 그저 돌담이.. 2026. 6. 22. 생각하는 정원, 한 농부가 빚은 풍경 (인공폭포, 분재, 돌하르방) 녹차밭을 지나 검은 돌담이 둘러싼 입구에 닿자, 키 큰 돌하르방 하나가 먼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그 옆으로 생각하는 정원이라 적힌 현판과, 같은 이름을 한자로 새긴 글씨가 나란히 걸려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반세기 가까이 돌을 깨고 가시덤불을 걷어내며 일군 정원이라는 이야기를 미리 들은 터라, 문 앞에서부터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한경면 들판을 가르는 바람은 거칠었지만 정원 안쪽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했고, 발을 들이자마자 물소리가 먼저 마중을 나왔습니다. 단지는 낯선 풀냄새가 궁금한지 코를 박고 분주히 걸음을 옮겼고, 부모님은 입구에 놓인 분재 앞에서 벌써 한참을 머물러 계셨습니다. 어디서부터 둘러봐야 할지 가늠이 서지 않을 만큼 정원은 넓었고, 그저 물소리가 이끄는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2026. 6. 2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