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은 주말 아침, 가족들과 단지를 데리고 어디로 떠나 볼까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한 다리가 떠올랐습니다. 오래전 어느 책에선가 미투리 한 켤레를 본떠 만든 다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읽고, 언젠가 꼭 가 봐야지 하고 마음에 담아 두었던 곳이거든요. 단지의 산책 가방부터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물병과 간식, 배변 봉투, 더위에 대비한 작은 수건과 휴대용 방석까지 하나씩 가방에 담는 동안, 단지는 어디 가는 줄 어떻게 알았는지 신이 나서 현관을 빙빙 돌더라고요. 차에 올라 호숫가를 향해 달리는 동안 휴대폰으로 다리에 얽힌 사연을 한 줄씩 읽어 보았습니다. 서른한 살의 젊은 나이에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한 여인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미투리를 지었다는 대목에서는 마음이 한참 먹먹해지더라고요. 차창 밖으로 산세가 점점 부드러워질 즈음, 호수 위로 길게 뻗은 그 다리가 저 멀리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사백 년의 사랑이 닿은 다리, 월영교
월영교는 안동댐 아래 호수를 가로지르는 387미터 길이의 목책교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나무다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리 자체도 운치가 있지만, 이 다리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알고 나면 한 걸음 한 걸음이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1998년 고성 이 씨 문중의 무덤을 이장하던 중, 31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이응태라는 남편의 관에서 한 통의 편지와 미투리 한 켤레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편지에는 남편을 향한 아내의 절절한 그리움이 빼곡히 적혀 있었고, 미투리는 병든 남편의 회복을 빌며 아내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손수 엮은 것이었다고 해요. 안동시는 2003년, 그 미투리의 모양을 본떠 이 다리를 세웠다고 합니다. 다리 이름의 유래와 부부의 사연은 안동관광 공식 페이지에 더 자세히 안내되어 있어서, 다녀오시기 전에 한 번 읽고 가시면 다리 위 걸음이 한층 더 깊게 느껴지실 거예요.
다리 입구에 도착하니 주차장이 바로 앞에 마련되어 있어서 단지와 함께 내리기에 무척 편했거든요. 무료 주차장이 꽤 넓게 조성되어 있어서 평일이라면 자리 걱정은 거의 없을 듯합니다. 반려견 동반도 자유로워서 단지는 신이 나서 코를 킁킁거리며 다리 입구를 살피더라고요. 다리 위에 올라서서 호수를 내려다보니, 산세가 부드럽게 다리를 감싸 안고 있고 물빛은 햇살을 받아 잔잔히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방문 팁을 드리자면, 다리 길이가 387미터로 꽤 긴 편이라 반려견과 함께 천천히 걸으며 풍경을 즐기시면 좋고, 다리 입구의 안동물문화관 전망대에 잠시 올라가시면 월영교의 전체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물줄기 사이에 자리한 정자, 월영정
월영교의 또 다른 매력은 다리 양옆으로 시원하게 솟아오르는 곡사분수입니다. 분수는 계절마다 운영 시간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보통 4월부터 10월 말까지 주말에 가동되고, 한여름인 7월에서 9월에는 평일에도 분수를 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가동 시간은 정오와 오후 두 시, 그리고 저녁 여섯 시와 여덟 시로 알려져 있고, 한 번에 약 십 분간 물줄기가 펼쳐집니다. 시즌이나 기상 상황에 따라 일정이 달라질 수 있어서 방문 전에 한 번 확인하시는 것이 좋고, 미리 시간을 맞춰 두면 다리를 건너는 동안 양옆에서 솟아오르는 물줄기를 그대로 마주할 수 있어서 다리 위에 머무는 시간이 훨씬 특별해지거든요.
저는 분수가 막 시작되는 시간에 단지와 함께 다리 위를 걷고 있었는데, 물줄기가 양옆에서 부드럽게 흩어지면서 작은 물방울이 단지 얼굴에 닿았어요. 평소엔 의젓하던 아이가 깜짝 놀라서 폴짝폴짝 뛰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한참을 웃으며 영상을 찍었습니다. 물이 무서운 건지 신기한 건지, 자꾸만 분수 쪽으로 코를 들이밀었다가 또 후다닥 도망가기를 반복하더라고요.

다리 한가운데에는 팔각정인 월영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방이 트여 있어서 호수와 산세를 한눈에 담기에 더없이 좋은 자리이거든요. 정자 안에 앉아 단지와 함께 사진을 찍으니, 마치 한 폭의 동양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분수와 함께 다리를 건너고 싶으시다면 가동 시작 시간보다 5분쯤 일찍 다리 입구에 도착하셔서 천천히 걷기 시작하시면, 다리 중간쯤에서 분수의 절정을 마주하실 수 있어요.
어둠이 내린 호반의 단맛, 달빵
해가 뉘엿뉘엿 산 너머로 넘어가기 시작하자, 다리에는 하나둘 조명이 들어오더라고요. 낮의 청량하던 풍경이 이내 붉고 보랏빛으로 물들면서, 같은 자리에서 바라본 풍경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호수 위로 다리의 조명이 흐릿하게 비치고, 산 너머에선 옅은 물안개가 피어올라 어느새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었거든요. 저녁이 깊어질수록 다리 위에 머무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천천히 느려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야간에는 다리 옆 호수 위로 문보트가 운영됩니다. 둥근달 모양의 보트가 색색의 조명을 머금고 호수를 떠다니는 모습이 정말 동화 같았거든요. 운영 시간은 보통 오전 열 시부터 밤 열한 시까지이며 월요일은 휴무로 안내되고 있습니다. 이용 요금이 별도로 책정되어 있고 운행 시간도 정해져 있으니 방문 전에 미리 확인하시는 것이 좋겠어요. 반려견과 함께 탑승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반가웠는데, 단지와 호수 위에 함께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더라고요. 문보트를 타는 내내 단지는 가만히 물살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의 피로와 즐거운 기억들을 가슴에 가득 안은 채, 천천히 호수 위를 미끄러지는 그 시간을 오롯이 누렸어요.
집으로 돌아오기 전, 월영교 앞에 자리한 빵집에도 잠시 들렀습니다. 가게 이름이 '달빵'이라 절로 미소가 지어졌거든요. 동글동글한 달 모양의 빵이 진열대에 가지런히 놓여 있어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몇 개를 포장해 다리 앞 벤치에 앉아 한 입 베어 무니, 부드러운 단맛이 입안에 사르르 퍼지더라고요. 단지에게도 조금 떼어 주었더니 또 달라며 발을 톡톡 두드리는데, 그 모습에 한참을 웃었습니다. 주변에는 원이엄마 테마길과 호반나들이길, 안동민속박물관까지 함께 둘러보기 좋은 곳이 많으니, 일정을 넉넉히 잡아 보시면 더 알찬 하루를 보내실 수 있습니다.
한 다리 위에서 시작된 산책이 이렇게 오래 마음에 남을 줄 몰랐습니다. 미투리 한 켤레에 담긴 사랑의 이야기를 따라 천천히 걸었던 그 길과, 분수에 놀라 폴짝거리던 단지의 모습, 호수 위에 떠 있던 문보트에서 물살을 가만히 느끼던 단지의 옆모습, 그리고 입안에 남아 있던 달빵의 부드러운 단맛까지. 짧은 하루였지만 다리 하나에서 사계절을 한꺼번에 만난 듯한 기분이었거든요. 반려견과 함께 천천히 걷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니, 한 번쯤 시간을 내어 다녀와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