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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빛으로 무르익은 축제 (반시축제, 코아페)

by 반려견과여행 2026. 5. 14.

가을이 깊어지기 전, 단풍보다 한 박자 먼저 가을이 시작되는 곳이 있습니다. 매년 10월이 되면 청도 들녘 곳곳이 주황빛으로 물드는데, 그게 다 감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청도 반시는 씨가 없고 살이 부드러운 것으로 유명한데, 그 감을 주제로 사흘간 축제가 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족과 단지를 데리고 다녀왔어요. 사실 축제라고 하면 사람 많은 게 좀 부담스럽기도 한데, 가을 한복판을 가장 진하게 누릴 수 있는 곳이라는 말에 결국 축제장을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출발하던 날 아침은 햇볕이 어찌나 따뜻하던지, 차에 오르자마자 단지부터 창문에 코를 박고 콧김을 뿜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주황빛이 가득했던 청도 들녘, 반시축제와 우리 꽃 화분

축제장에 가까워질수록 도로가 점점 막히기 시작했습니다. 주차장이 여러 군데로 나뉘어 있다고 듣긴 했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어느 입구든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거든요. 결국 안내해 주시는 분의 손짓을 따라 한참 떨어진 임시 주차장에 차를 세웠습니다. 축제장까지 걸어가는 길이 생각보다 멀어서, 단지가 중간중간 멈춰 서서 풀냄새 맡느라 시간이 꽤 걸렸어요. 솔직히 처음엔 좀 답답하기도 했는데, 길가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마음이 누그러지더라고요.

축제장 주차장모습

 

축제장에 들어서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건 온통 주황빛이었습니다. 천막마다 반시가 가지런히 쌓여 있고, 시식대 앞에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서 한 조각씩 받아 들고 있었거든요. 저도 한 입 베어 물었는데, 단단한 듯하면서도 입안에서 퍼지는 단맛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단지한테도 작게 잘라서 입에 넣어주었더니 쩝쩝 입맛을 다시면서 제 손을 자꾸 핥는 거예요. 분명 평소엔 과일을 그렇게 챙기는 편도 아닌데, 청도 반시에는 어쩐지 홀딱 반한 모양이었습니다. 또 달라고 조르는 모습에 옆에서 보던 어머니가 한참을 웃으셨거든요.

청도 반시축제 마스코트

 

축제장에서 차를 타고 들어가는 입구 쪽에는 우리 꽃 전시 부스가 있었습니다. 평소 식물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발걸음이 절로 멈출 수밖에 없었어요. 손바닥만 한 화분 안에 자리 잡은 여러 가지 이름 모를 꽃나무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운 꽃을 피워 내고 있었거든요. 그중에서도 작은 성게진궁나무 앞에 가장 오래 머물렀습니다. 이런 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나무라고 생각했어요. 잎 사이로 손톱만 한 꽃이 매달려 있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웠어요. 단지도 화분 옆에 얌전히 서있었는데, 자기도 보겠다며 화분이 놓인 테이블 위로 올려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안아 들어 보여줬더니 코를 들이밀며 실룩실룩 대는 게 너무 귀엽더라고요. 가족들이 꽃을 좋아하는데 단지도 우리 가족인 게 분명하다는 생각을 했던 순간이었어요.

우리꽃 전시

 

축제장은 거의 모든 부스가 야외에 자리 잡고 있고, 실내 공간은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햇볕이 강한 시간대에는 그늘을 찾기가 쉽지 않거든요. 챙 있는 모자나 양산을 챙기시면 한결 편하고, 반려견과 함께라면 물그릇과 잠시 쉬어 갈 자리를 미리 살펴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주차장은 여러 곳에 마련되어 있지만 주말 정오 무렵에는 만차가 빠르니, 오전 일찍이나 오후 늦은 시간을 노려보시는 것도 방법이더라고요. 축제 운영 일정은 매년 조금씩 달라지니 방문 전 공식 안내를 확인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웃음이 끊이지 않던 무대 앞, 코아페와 함께한 오후

반시축제만으로도 충분히 풍성한데, 같은 기간 청도에서는 코아페라는 또 다른 축제가 함께 열리고 있었습니다. 코미디 아트 페스티벌의 줄임말인데, 시간대별로 짜임새 있게 편성된 코미디 공연을 야외무대에서 볼 수 있더라고요. 반시축제장 바로 옆에 자리한 코아페무대 쪽을 보니 한바탕 터지는 웃음소리에 발걸음이 절로 멈춰지는 거예요. 결국 가족 모두 자리를 잡고 앉기로 했습니다.

자리는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었어요. 무대 정면은 일찍 도착한 분들이 차지하고 있었고, 저희는 측면 잔디밭 끝자락에 겨우 자리를 잡았습니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다 보니 단지가 다른 분들 발에 밟힐까 봐 결국 안고 보기로 했거든요. 평소 큰 소리에 좀 예민한 편이라 박수 소리며 환호성이 터질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단지가 어찌나 의젓하던지, 제 품에 안겨서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무대만 가만히 응시하는 거예요. 가끔씩 사람들이 크게 웃을 때 귀를 살짝 뒤로 젖히긴 했지만, 그것 말고는 끝까지 차분하게 자리를 지켜줬습니다.

공연 자체도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무대 위 코미디언분들의 입담에 가족이 다 함께 웃었고, 단지를 안은 팔이 슬슬 저려올 때쯤에 단지를 내려놓고 나니 또 다른 공연이 이어졌거든요. 한참을 그렇게 웃다가 문득 단지를 내려다봤는데, 그 시끄러운 와중에도 무던히 잘 견뎌준 게 새삼 고맙더라고요. 작은 몸으로 사람들 가득한 곳에 와서, 박수 소리도 환호성도 다 받아내며 가만히 있어준 게 어찌나 기특하던지요. 공연이 끝난 뒤에는 단지부터 한적한 곳으로 데려가서 물을 주고 잠시 쉬게 했습니다. 그제야 단지도 긴장이 풀렸는지, 잔디 위에 배를 깔고 한참을 엎드려 있더라고요.

코아페 공연은 야외무대 여러 곳에서 시간대별로 번갈아 진행되는 형식이었습니다. 시간표는 축제장 입구와 무대 옆 안내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고, 인기 있는 코미디언 공연은 시작 30분 전쯤 자리를 잡아두지 않으면 무대가 잘 안 보이더라고요. 반려견과 함께 관람할 계획이라면 무대 정면보다는 측면이나 뒤편이 한결 여유롭고, 소음에 예민한 친구라면 짧은 공연부터 차근차근 적응시켜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잠시 자리를 떠나 한 바퀴 돌고 올 수 있는 분위기라, 반려견이 지쳐 보이면 그늘 쪽으로 잠시 데려가 쉬게 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반시축제 공연모습

 

청도 반시축제는 단순히 감을 맛보는 자리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다녀와 보니 가을 색과 사람 웃음소리, 그리고 단지가 감 한 조각에 환해지던 표정까지 한꺼번에 안고 돌아오는 시간이었습니다. 주황빛 가득한 부스 사이를 거닐고, 우리 꽃 화분 앞에서 마음이 잔잔해지고, 무대 앞에서 가족과 한참 웃을 수 있었거든요. 단지가 사람 많은 곳에서 그렇게까지 의젓하게 있어줄 줄은 솔직히 몰랐는데, 그 덕분에 사진보다 더 오래 남는 가을 하루가 되었습니다. 올해 가을 어디로 떠나야 할지 망설이고 계시다면, 청도의 반시축제를 한번 일정에 담아보시는 것도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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