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70 제주민속촌, 백 년 전 제주로 걸어 들어가다 (초가마을, 송아지, 수석전시관) 표선 바닷가 가까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문을 여니, 한낮의 열기가 그대로 밀려들었습니다. 한여름 제주의 볕은 그늘 한 점 없는 땅 위로 그대로 쏟아졌고, 차 안에서 잠들어 있던 단지도 더위에 조금 지친 기색이었습니다. 이런 날 넓은 야외를 오래 걷는 건 사람보다 반려견에게 더 힘든 일이라, 저는 단지를 개모차에 태우기로 했습니다. 더위 때문이기도 했지만, 옛 가옥과 살림살이가 그대로 보존된 이런 곳에서는 반려견을 안거나 개모차에 태우는 편이 예의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바쁜 일정보다 한 곳에 천천히 머무는 걸 좋아하시는 부모님과, 더위에 지친 단지의 보폭에 맞춰 우리는 아주 느린 걸음으로 매표소를 지났습니다. 입구 간판 아래 서니, 초록이 우거진 길 너머로 둥근 초가지붕들이 하나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 2026. 6. 15. 여미지식물원, 단지와 온실 산책 (선인장 정원, 물의 정원) 제주 중문에 머물던 날, 한낮의 볕이 어찌나 따갑던지 그늘 한 점이 간절하던 날이었습니다. 가까운 폭포를 둘러보고 내려오니 단지도 가족들도 어느새 땀에 젖어 헐떡이고 있었어요. 나이 든 강아지는 더위에 더 쉽게 지치는 터라, 그늘에 개모차를 세워두고 물부터 한 모금 먹였습니다. 그래도 좀처럼 숨이 가라앉지 않아, 어디 시원한 데 없을까 두리번거렸는데 마침 길 건너편에 커다란 유리 온실이 보이길래, 더위도 피할 겸 안으로 들어섰던 곳이 바로 여미지식물원이었습니다. 문을 밀고 들어서자 바깥의 후끈한 공기와는 사뭇 다른, 축축하고 서늘한 풀 내음이 밀려들었습니다. 단지는 개모차 안에서 코를 벌름거리며 처음 맡는 냄새를 가만히 살피더라고요. 그날 우리는 딱히 정해둔 동선도 없이, 그저 시원한 그늘을 따라 천천히.. 2026. 6. 14. 에메랄드빛으로 물든 천제연폭포 (제1폭포, 칠선녀교) 7월의 제주는 장마 끝자락이라 공기가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아침까지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한낮이 되자 구름 사이로 햇살이 쏟아졌고, 그 습한 더위 속에서 저희 가족은 중문으로 향했어요. 며칠 내린 비 덕분에 폭포 물이 가장 풍성할 때라는 말을 듣고, 마른날엔 물줄기조차 보기 어렵다는 천제연폭포를 일부러 그 타이밍에 맞춰 찾아갔습니다. 한라산에서 시작된 중문천이 바다로 흘러가며 만든 폭포라더니, 주차장에 내려서자마자 어디선가 물 흐르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개모차에 단지를 태우고 매표소를 지나 돌계단을 내려가는데, 계곡 안쪽에서 올라오는 서늘한 물 내음이 그제야 더위를 한 풀 식혀주더라고요. 한 걸음 한 걸음 내려갈수록 물소리가 점점 또렷해졌고, 마침내 나무 그늘 사이로 거대한 절벽.. 2026. 6. 13. 바다로 떨어지는 작은 폭포, 소정방폭포 (데크길, 소라의 성, 바다) 무더위가 절정이던 한여름이었습니다. 정방폭포를 보고 난 뒤, 근처에 정방폭포보다 작은 폭포가 하나 더 있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거든요. 작은 폭포라니 대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서, 가족들과 함께 그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날은 바람 한 점 없이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던 날이라 솔직히 걷기 좋은 날씨는 아니었어요. 그래도 단지를 데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가는 길이 생각보다 꽤 멀어서 중간중간 더위에 지치기도 했지만, 양옆으로 번갈아 펼쳐지는 풍경이 워낙 좋아서 발걸음이 가벼웠거든요. 부모님도 처음엔 거리에 조금 망설이셨지만, 막상 걷기 시작하니 바다를 끼고 이어지는 길이 좋다며 천천히 따라오셨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이 제주 여행에서 가장 또렷하게 남은 장소 중 하나가 될 줄은, 그때는 미.. 2026. 6. 12. 단지를 안고 간 갯깍주상절리대 (돌길, 동굴, 알아두어야 할 것) 제주에도 주상절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길을 나섰던 날이었어요. 주상절리라고 하면 보통 중문 쪽의 잘 알려진 곳을 먼저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찾아간 곳은 그런 유명한 데가 아니라, 올레길 한 코스 근처에 숨어 있다는 곳이라기에 오히려 더 마음이 갔어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보다는 한적하게 자연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요. 인근의 작은 공터에 차를 세우고 내렸는데, 막상 눈앞에 펼쳐진 건 끝없이 트인 바다뿐이었습니다. 도대체 주상절리가 어디 있다는 건지 한참을 두리번거렸어요. 그때 아빠가 저 안쪽으로 더 들어가야 보인다고 일러 주시더라고요. 초입에서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곳이라, 정말 여기가 맞나 싶은 마음 반, 설레는 마음 반으로 발을 옮겼습니다. 그날 단지를 품에 안고 걸었던 .. 2026. 6. 11. 천지연폭포, 단지와 함께한 여름나들이 (돌하르방, 시인의 배, 사진 명소) 제주 여행에서 천지연폭포는 꼭 한 번 가 보고 싶던 곳이었습니다. 서귀포 시내에서 멀지 않은데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키 큰 나무들이 우거져 도심 한복판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숲이 깊었거든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입구로 들어서는 길부터 공기가 한결 선선해, 본격적으로 걷기도 전에 더위가 가시는 듯했습니다. 그날은 부모님과 함께였고, 단지도 개모차에 태워 데려갔습니다. 더운 날씨였지만 가는 길 내내 나무 그늘이 이어져 한결 수월했습니다. 단지는 그 시원한 공기가 좋았는지 개모차 사이로 머리를 빼꼼 내밀고 바깥을 살피더라고요. 그 작은 얼굴을 보고 있으면 폭포에 닿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풀리는 듯했습니다. 단지를 태운 개모차를 밀며, 우리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매표소를 지나자 어디선가 물소리.. 2026. 6. 10. 이전 1 2 3 4 5 6 ···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