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의 며칠을 보내던 중, 이날은 멀리 나서는 대신 묵고 있던 펜션 근처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차로 얼마 가지 않아 닿을 만큼 가까운 곳에 바다를 낀 낚시 포인트가 있었거든요. 이번 여행에서 제가 가장 기대했던 건 이름난 관광지를 부지런히 도는 일이 아니라, 그저 바다 곁에 앉아 시간을 천천히 흘려보내는 일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일찌감치 낚싯대를 챙기셨고, 저는 그 옆에서 물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한나절을 보낼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들떴습니다. 우리 단지도 당연히 함께였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닷가 특유의 짭짤한 공기를 맡으며 연신 코를 킁킁대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요. 가까운 거리 덕분에 서두를 일도 없이, 더위에 지쳐 있던 마음까지 한 번에 씻겨 내려가는 듯했습니다. 그렇게 서귀포 앞바다에서의 조용하고도 충만한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파도 소리만 가득했던 서귀포 앞바다낚시
서귀포 앞바다는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시원하고 탁 트인 풍경이었습니다. 멀리 수평선까지 막힘없이 이어진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그저 보기만 해도 가슴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더라고요. 아버지는 바위 위에 자리를 잡고 낚싯대를 드리우셨고, 저는 그 곁에 앉아 맑은 물속을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햇빛이 닿은 수면 아래로 작은 물고기들이 무리 지어 헤엄치는 게 보일 만큼 물이 깨끗했거든요. 들여다보고 있으면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져서, 낚시를 하지 않는 저조차 자리를 뜨기가 아까울 정도였습니다.

한참을 기다리다 보면 찌가 톡 하고 움직이는 순간이 오는데, 그 짧은 손맛이 어찌나 짜릿하던지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이날 잡은 고기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저 손맛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잡은 고기는 사진 한 장만 남기고 다시 바다로 놓아주었습니다. 작은 생명을 굳이 가져갈 이유가 없었고, 다시 물속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더라고요. 많이 잡는 것보다 이렇게 바다 곁에서 한나절을 온전히 누리는 것 자체가 더 값지게 느껴진 하루였습니다. 서귀포 해안가는 갯바위 지형이 많아 발밑이 미끄럽고 날카로운 곳이 적지 않습니다. 낚시를 계획하신다면 미끄럼 방지 신발은 거의 필수에 가깝고, 물때에 따라 바위가 잠기는 구간도 있으니 사전에 물때표를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갯바위 낚시는 파도가 갑자기 높아지면 위험할 수 있어서, 기상과 풍랑 상황도 미리 살펴보시는 게 안전합니다. 별도의 입장료가 없는 자연 해안이지만 주차는 인근 포구나 공영 주차 공간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장소마다 사정이 다르니 방문 전 확인을 권장드립니다. 한 가지 팁을 더 드리면, 한낮보다는 해가 조금 기우는 오후나 이른 아침이 더위도 덜하고 입질도 좋은 편이라 가족 단위로 다녀오기에 한결 편안했습니다. 또한 갯바위에서는 신발 외에도 미끄럼에 대비해 장갑을 챙기면 바위를 짚고 이동할 때 한결 안전하니 함께 준비해 보시길 권합니다.
날카로운 바위 곁에서 단지가 택한 휴식
이곳은 갯바위가 많은 해안이라, 솔직히 반려견과 함께라면 신경 쓸 부분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바위 표면이 거칠고 날카로운 데다 군데군데 미끄러운 구간도 있어서, 단지가 신나서 뛰어다니기라도 하면 발바닥을 다치기 십상이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단지가 답답해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리 단지는 바위 위를 헤집고 다니는 대신, 스스로 휴식을 택하더라고요. 그늘진 바위 한쪽에 담요를 깔아 자리를 만들어 주었더니, 파란 가슴줄을 한 채 폭 엎드려서는 가족들이 낚시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가끔 바닷바람이 불어오면 코를 살짝 들어 냄새를 맡고는 다시 편안하게 눈을 감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의젓하던지 저도 모르게 한참을 들여다봤습니다. 더운 날이라 혹시 지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시원한 바람과 잔잔한 파도 소리 덕분인지 오히려 평소보다 더 차분해 보여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어쩌면 단지도 이 느긋한 바다의 공기가 좋았던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한참을 쉬다가도 제가 다가가면 꼬리를 살랑이며 반겨 주는 모습에, 이 조용한 시간을 단지와 함께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게 다가왔습니다. 반려견과 갯바위 해안을 찾으실 계획이라면 몇 가지는 꼭 챙기시길 권합니다. 우선 발바닥 보호를 위해 무리해서 바위 위를 걷게 하지 마시고, 그늘을 만들어 줄 돗자리나 담요, 충분한 식수를 미리 준비하시는 게 좋습니다. 한여름 바위는 햇볕에 금세 뜨거워지니 발바닥 화상을 막기 위해 그늘 자리를 먼저 확보해 주시는 것도 중요합니다. 해안가는 대체로 반려견 출입에 큰 제약이 없는 편이지만 장소나 시설에 따라 규정이 다를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을 권장드립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인근 식당이나 카페는 반려견 동반이 어려운 곳이 많아 이날 식사는 단지를 펜션에서 쉬게 한 뒤 가족들끼리 다녀왔습니다. 반려견과 함께라면 식사나 카페 동선까지 미리 그려 두시면 당황할 일 없이 한결 수월하실 거예요.

서귀포 앞바다에서 보낸 이 하루는 화려하거나 분주하지 않았지만,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거창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맑은 바다를 바라보며 손맛을 느끼고 단지가 곁에서 편히 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채워지더라고요.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던 그 물빛과, 의젓하게 휴식을 택했던 단지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여행이라고 하면 늘 무언가를 부지런히 보고 채워야 할 것 같지만, 가끔은 이렇게 한 곳에 머물러 천천히 흘려보내는 시간이 더 깊게 남는 듯합니다. 무더운 여름, 어딘가 멀리 떠나고 싶지만 너무 북적이지 않는 곳을 찾으신다면 이런 조용한 바다 곁에서의 하루도 참 좋겠다 싶어요. 혹시 반려견과 함께 제주 바다를 계획하고 계시다면, 발밑 안전만 잘 챙기셔서 저희처럼 느긋한 하루를 보내보시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