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이 한창 좋은 주말, 가족과 함께 울산 울주로 향했습니다. 마침 외고산 옹기마을에서 옹기축제가 한창이라는 소식을 듣고 일정을 맞춰 다녀왔거든요. 경산에서 출발해 한참을 달리는 동안 단지도 오랜만의 장거리 나들이가 신났는지 차 안에서부터 들뜬 기색이더라고요. 흙빛 항아리가 골목마다 늘어선 풍경, 활활 타오르는 가마 앞의 뜨거운 열기, 직접 손으로 흙을 빚어보던 시간까지. 단지와 함께한 작은 소동들이 흙냄새와 함께 마음에 오래 남는 하루였습니다. 오늘은 그 흙빛 추억을 차근차근 풀어보려 합니다.

흙빛 정취가 단지를 반긴, 외고산 옹기마을
옹기마을에 들어서자 골목 곳곳에 늘어선 항아리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크고 작은 옹기들이 햇살을 받아 은은한 흙빛으로 반짝이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정갈하고 단정하던지요. 골목길 따라 걷다 보면 옹기를 빚는 가마와 공방들이 줄지어 있고, 오랜 세월 이어온 장인의 손길이 곳곳에 묻어 있는 듯한 분위기였어요. 마을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항아리가 줄지어 늘어선 야외 전시 공간이 펼쳐지는데, 그 풍경이 정말 장관이더라고요.
단지는 처음 보는 항아리 행렬이 신기했는지 코를 킁킁거리며 한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마을 안쪽은 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 리드줄만 잘 잡으면 마음 놓고 거닐 수 있어 좋았어요. 군데군데 그늘진 벤치도 있어 단지의 물을 챙겨 먹이며 잠깐씩 쉬어가기에도 좋았고요. 골목골목 사진 찍기 좋은 자리가 많아 단지를 옹기 옆에 세워두고 한참 셔터를 눌렀습니다. 단지가 커다란 항아리 사이를 살금살금 걸어 다니는 모습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 같았거든요.
주소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양읍 외고산 3길 일대입니다. 마을 자체는 상시 개방되어 있고 산책에는 별도 입장료가 없어요. 마을 앞쪽으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차량 이용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반려견은 리드줄을 갖추면 야외 산책에 동반할 수 있는 분위기였지만, 실내 공방이나 일부 시설은 제한이 있을 수 있어 방문 전 확인을 권합니다. 천천히 둘러보는 데 한 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니, 더운 한낮은 피하고 오전이나 늦은 오후에 거니는 것을 추천드려요.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 앞, 가마 장작 던지기 체험
마을 한쪽에서는 마침 가마에 장작을 던져 넣는 체험이 한창이었습니다. 옹기를 굽는 가마는 생각보다 훨씬 컸고, 입구로 살짝 들여다보면 안쪽에서 새빨간 불꽃이 쉴 새 없이 일렁이고 있었어요. 장작을 한 토막씩 던져 넣을 때마다 불꽃이 한층 더 거세게 솟구치고, 그 열기가 멀찍이 떨어져 있는 제 얼굴까지 훅 끼쳐 올 정도였거든요. 가마 안에서 옹기가 어떻게 단단하게 구워지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문제는 단지였어요.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이 어찌나 신기했던지 자꾸만 가마 쪽으로 가까이 가려고 하는 거예요. 강아지는 불에 대해 확실히 모르는 데다, 일렁이며 움직이는 무언가에 본능적으로 호기심을 보이는 편이라, 활활 타는 불꽃이 그저 흥미로운 장면처럼 보였던 모양입니다. 저는 단지가 다칠까 봐 깜짝 놀라 목줄을 단단히 잡아당기며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물러섰어요. 그래도 단지는 미련이 남는지 자꾸만 불 쪽을 돌아보더라고요. 강아지에게 가마는 정말 위험한 곳이라는 사실을 그때 새삼 깨달았습니다.
가마 장작 던지기 체험은 축제 기간에 한정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고 시간대도 정해져 있으니, 일정 전 운영 정보 확인을 권합니다. 반려견과 동반하실 분들께는 가마 근처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마시고, 멀찍이 떨어진 자리에서 구경만 하시기를 강력히 권해드리고 싶어요. 가마 주변은 바닥도 뜨겁고 불티가 튈 가능성도 있어, 강아지에게는 자칫 큰 위험이 될 수 있거든요. 한 사람은 단지를 안전한 자리에 데리고 있고, 다른 사람이 체험에 참여하는 식으로 동선을 나누면 한결 안심됩니다.

단지가 만든 작은 소동, 옹기 빚기 체험
마을 한쪽 공방에서는 직접 흙을 빚어보는 옹기 체험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평소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터라 호기심에 자리에 앉아 흙을 받아 들었어요. 묵직하고 차가운 흙덩이가 손바닥에 닿는 감촉이 참 묘하더라고요. 강사님의 안내에 따라 손끝으로 모양을 잡아가다 보니, 어느새 자그마한 옹기 하나가 그럴듯하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어설프지만 제 손으로 빚어낸 첫 옹기라 어찌나 뿌듯하던지요.
그런데 사건은 가지고 나오는 길에서 벌어졌어요. 갓 빚어낸 옹기를 두 손으로 조심스레 들고 공방을 나서는데, 마침 단지가 다른 강아지를 보고 신이 나서는 리드줄을 확 잡아당기는 거예요. 그 순간 중심을 잃고 휘청하다가 그만 발이 꼬여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손에 들고 있던 옹기는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버렸고요. 정성껏 빚은 옹기가 한순간에 흙더미로 돌아간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오더라고요. 단지는 무슨 일인지 영문도 모른 채 제 얼굴만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그 표정이 어찌나 천진하던지, 화도 못 내고 결국 같이 웃고 말았어요.
옹기 빚기 체험 비용은 작품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만 원 내외 선이고, 만든 옹기는 그 자리에서 가져가는 경우와 가마에 구워 추후 받는 경우로 나뉩니다. 운영 시간과 체험 가능 여부는 시즌별로 변동이 있으니 방문 전 확인을 권합니다. 반려견과 함께라면 체험 중에는 한 사람이 단지를 따로 봐주는 편이 안전해요. 갓 빚어낸 옹기는 정말 잘 부서지니, 가져 나올 때는 두 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천천히 옮기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저처럼 부서뜨리는 일이 없으시도록요.

부서진 옹기 조각을 손에 쥐고 한참을 웃었던 그 순간이, 이상하게도 이번 여행에서 가장 또렷하게 남는 장면입니다. 멀쩡한 옹기 하나를 가져오는 것보다 단지와 함께 만들어낸 그 작은 소동이 더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거든요.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 일곱 시 즈음이 되자 메인무대에서는 가수들이 무대에 오르는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둑해진 하늘 아래 무대 조명이 켜지고 흥겨운 노래가 울려 퍼지자, 어르신부터 아이들까지 무대 앞으로 모여드는데 그 활기찬 분위기가 정말 흥겹더라고요. 낮 동안 흙냄새 가득하던 마을이 저녁이 되자 음악과 사람들의 환호로 또 다른 색을 입는 듯했습니다. 단지는 사람이 많은 무대 쪽은 사람들이 많아서 가지 못하고 가장자리에서 잠깐 구경만 하고 자리를 옮겼지만, 멀찍이서 듣는 것만으로도 봄밤의 정취가 충분히 느껴졌어요.
마을 바로 옆에는 울산옹기박물관도 자리하고 있어 함께 둘러보기에 좋습니다. 시대별로 정리된 옹기들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같은 항아리라도 지역마다 빛깔과 곡선이 얼마나 다른지 비교해 볼 수 있어 흥미로웠어요. 박물관 외부에는 거대한 항아리 조형물과 야외 전시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실내 관람이 어려운 단지와는 그곳을 중심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실내 전시관은 반려견 동반이 어려울 수 있으니, 한 사람씩 번갈아 관람하거나 야외 공간 위주로 동선을 짜는 편이 좋습니다. 박물관과 마을, 축제장을 함께 묶어 보면 반나절 남짓이 알맞더라고요.
봄볕 따라 걷기 좋은 시기에 가족, 반려견과 함께 울주 외고산 옹기마을과 옹기축제를 다녀와 보시면 어떨까요. 투박하지만 따뜻한 흙빛 정취 속에서 잊지 못할 한 페이지를 만들고 오실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