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할 때부터 하늘이 흐릿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미리 알아보고 표까지 끊어둔 날이라 비라도 쏟아지면 어쩌나 싶어 차창 밖을 자꾸 올려다봤거든요. 마침 3인 탑승권에 10퍼센트 할인까지 받아 저렴하게 구매해 둔 터라, 날씨 때문에 일정이 어그러지면 마음이 더 쓰라릴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부모님과 단지까지 함께 떠나는 봄나들이라 기대감만큼은 흐린 하늘에도 굴하지 않았습니다. 경산에서 청도까지 가는 길, 차 안에서 단지가 창밖을 빤히 내다보는 모습을 곁눈질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으로는 계속 날씨 걱정을 했지요. 그런데 이 흐린 하늘이 나중에는 신의 한 수가 될 줄은 그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꽃과 바람 사이를 달린, 봄날의 청도 레일바이크
내비게이션을 따라 도착한 청도 레일바이크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매표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가는 길에 큰 다리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다리 위쪽 한참 높은 곳에 청도 소싸움을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 모양의 소 조형물이 자리 잡고 있더라고요. 다리 양옆으로는 꽃이 가득 담긴 화분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고, 봄꽃 향이 코끝을 스칠 때마다 발걸음이 자꾸 멈췄습니다. 사진 한 장만 찍자고 하다가 어느새 한참을 그 다리 위에서 머물러 있었지요. 다리가 생각보다 꽤 높았는데, 난간 너머로 아래를 내려다보니 강 위에 오리배가 떠 있어 나중에 저것도 한번 타보자며 부모님과 약속을 했습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예쁘게 꾸며진 화단이 또 한 번 눈을 즐겁게 해 주는데, 옆쪽에 MTB는 현재 운영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어 살짝 아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매표소에서 표를 받고 탑승장으로 향하니 직원분께서 안전 사항을 자세히 일러주셨습니다. 페달을 너무 세게 밟지 말 것, 종착 구간에서 회전판으로 진입할 때 브레이크를 꽉 잡을 것이 핵심이었지요. 연습 삼아 한 번 굴려보고는 본격적으로 출발했습니다. 양옆으로 산이 둘러싸인 풍경 속을 천천히 달리다 보면, 머리 위로 알록달록한 우산이 빼곡히 매달린 구간이 나타납니다. 거기서 한 번 탄성을 지르고 조금 더 가면 등나무꽃이 활짝 핀 터널 같은 구간이 이어지는데, 흰색 꽃송이가 머리 위로 드리워지는 그 짧은 순간만큼은 페달 밟는 것도 잊고 위만 올려다보게 되더라고요. 그 뒤로는 안개를 분사해 주는 구간이 나오는데, 페달을 한참 밟느라 등에 땀이 살짝 배어들 무렵 지나가는 그 시원한 물안개가 어찌나 반갑던지요. 해가 쨍한 날이라면 지붕이 있어도 더위를 다 막기는 어려울 텐데, 그날은 흐린 덕분에 오히려 쾌적하게 달릴 수 있었습니다.

종착 구간에 도착하면 바이크가 잠시 멈추고, 회전판이 한 바퀴를 돌려 반대편 레일로 옮겨줍니다. 다시 출발하면 곧 페달을 밟지 않아도 자동으로 끌려 올라가는 오르막 구간이 등장하는데, 그 잠깐의 여유 동안 가족과 눈을 맞추고 단지를 한 번 더 쓰다듬어주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생기더라고요. 올 때는 텅 비어 있던 반대편 레일에 어느새 다른 분들이 한 팀씩 들어오기 시작했고, 마주 오는 바이크와 가까워질 때마다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단지의 앞발을 살짝 들어 안녕하고 인사시키니 반대편 아이가 환하게 웃어주었지요. 반려견과 함께 다닐 때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가 다른 누군가가 우리 아이를 따뜻하게 맞아줄 때라는 걸 그날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떠나기 전 짚어두는, 청도 레일바이크 체크포인트
청도 레일바이크는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어 출발 전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저도 이번에 3인 탑승권을 사전 예매하면서 10퍼센트 할인을 받아 부담을 덜었는데, 매표소에서는 전화번호 뒷자리만 확인한 뒤 표를 건네주시니 절차도 간편했습니다. 다만 시즌이나 평일·주말에 따라 운영시간과 요금이 달라질 수 있으니 정확한 정보는 방문 전 공식 안내를 확인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주차장은 무료로 운영되어 차량을 가져가시기에 편리했고, 매표소까지 가는 길에 다리와 화단 등 사진 명소가 이어지므로 여유롭게 30분 정도는 일찍 도착하시기를 권합니다.
반려견을 동반하실 분이라면 목줄을 채우거나 케이지에 넣어 함께 탑승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반가운 정보일 겁니다. 단지는 작은 케이지 안에서 차분히 풍경을 구경했는데, 견종이나 크기에 따른 세부 조건은 현장 안내를 따르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탑승 전 직원분께서 일러주시는 안전 사항도 꼭 귀담아들어주세요. 페달을 너무 세게 밟지 않기, 종착 구간에서 회전판으로 들어갈 때 브레이크를 꽉 잡기,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페달 없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오르막 구간이 있다는 점이 핵심이었습니다. 이 세 가지만 기억해도 한결 여유롭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한 코스 소요 시간은 왕복 약 40분 정도이고, 페달은 바이크마다 인원수에 맞게 함께 굴리는 구조라 혼자 너무 힘들지는 않지만 다음 날 허벅지가 뻐근할 수 있으니 운동을 잘하지 않는 분이라면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 미리 일러드리고 싶은 점은 매점 사정입니다. 레일바이크에서 내리면 바로 옆에 매점이 있지만 시원한 음료나 아이스크림은 거의 없고 아이들 장난감과 쿠키류 위주로만 진열되어 있었거든요. 작은 쿠키 하나가 2,000원이라 가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더운 날 가신다면 시원한 음료나 간식을 미리 챙겨 가시는 편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장실은 매표소 근처에 마련되어 있고 탑승장 주변에 그늘진 쉼터도 군데군데 있어 잠깐 쉬어가기에는 무리가 없었습니다. 방문 시기는 등나무꽃이 가장 풍성한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가 가장 아름다웠고, 사람이 몰리는 한낮보다는 오전 시간대가 비교적 한산해서 풍경을 차분히 즐기시기에 좋았습니다. 차로 가까운 청도 와인터널을 함께 묶어 코스를 짜시면 한나절 일정을 알차게 채우실 수 있습니다.
바이크에서 내리고 나서야 다리가 후들거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의외로 신나고, 의외로 힘들고, 의외로 경치가 좋은 곳이라는 말이 딱 맞았던 청도 레일바이크였습니다. 집으로 곧장 돌아가기 아쉬워 근처 와인터널에 잠시 들러 구경을 하고서야 차에 올랐는데, 정작 페달은 한 번도 밟지 않은 단지가 차에 타자마자 새근새근 잠들어 버린 모습을 보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분명 자기는 가만히 앉아만 있었으면서 누구보다 푹 자더라고요. 흐린 봄날이 오히려 선물이 되어주었던 그날의 기억은 한참 동안 마음에 남을 것 같습니다. 가족과 반려견과 함께 봄꽃 사이를 천천히 달려보고 싶으신 분께 청도 레일바이크장 한번 조용히 권해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