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에 오르기 전부터 마음 한편이 분주했습니다. 반려견과 함께 부산까지 가는 길, 케이지 안에서 얌전히 있어줄지, 낯선 환경에 너무 놀라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섰거든요. 그래도 오래전부터 태종대만큼은 꼭 한 번 함께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큰마음먹고 길을 나섰습니다. 출발하는 날이 하필 월요일이었는데,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도착해서야 알게 되었지요. 케이지에 들어간 아이는 의외로 차분했고, 차창 밖으로 풍경이 흘러가는 동안 저 역시 조금씩 긴장이 풀렸습니다. 부산역에 내릴 즈음에는 오히려 설렘이 더 커져 있더라고요. 오늘 하루, 부디 우리 둘 다 무사히 즐겁게 보낼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가만히 빌었습니다.
기차에 오른 작은 동행, 부산역에서 태종대로 가는 길
기차를 탈 때만큼은 반려견 에티켓을 가장 신경 썼습니다. 케이지 안에 얌전히 넣고, 다른 승객분들께 폐가 되지 않도록 자리도 신중히 골랐거든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반려견은 반드시 케이지나 이동가방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하고, 머리나 다리도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 출발 전부터 여러 번 확인했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케이지 안에서 잘 적응해 주었고, 가끔 작게 한 번씩 자세를 바꾸는 정도로 긴 시간을 견뎌냈습니다. 반려견과 대중교통을 이용해 본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이 작은 협조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부산역에 내려 곧장 택시 승강장으로 향했습니다. 케이지에 들어간 상태에서는 택시 기사님들도 대체로 흔쾌히 태워주시더라고요. 차창 밖으로 부산의 풍경이 빠르게 지나가는 동안, 저는 오늘 일정을 머릿속으로 다시 그려보았습니다. 태종대에 도착하면 다누비 열차를 타고 편하게 한 바퀴 돌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매표소 앞에 도착해서야 안내문을 발견했습니다. 월요일은 다누비 열차가 운행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된 거죠. 사실 알아보니 다누비 열차는 운행하는 날이라 해도 반려견은 탑승이 제한된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아이와 함께라면 어차피 못 탔을 거란 생각에 아쉬움이 조금은 누그러졌습니다. 잠시 멍해졌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천천히 걸어보자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다누비 없이 걸어간 태종대, 햇살 아래 한 걸음씩
반가운 사실은 태종대 산책로는 목줄만 잘 채우면 반려견과 함께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매표소를 지나 산책로에 들어서는 순간, 케이지에서 꺼내준 아이가 얼마나 신나 하던지요. 좁은 가방 안에서 오랜 시간을 견딘 뒤에 마주한 풀냄새, 흙냄새가 무척이나 반가웠던 모양입니다. 목줄을 짧게 잡고 천천히 걸음을 맞춰가며, 우리는 태종대의 본격적인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날은 정말 더웠습니다. 한낮의 햇살이 그늘 한 점 없는 길 위로 그대로 쏟아졌고, 아이도 저도 금세 지쳐갔지요. 그래도 천천히, 정말 천천히 걸었습니다. 가다가 그늘이 보이면 잠시 멈춰 아이에게 물을 주고, 발바닥이 너무 뜨겁지는 않은지 살피며 한 걸음씩 옮겼거든요. 태종대 산책로는 생각보다 길고 오르내림도 제법 있었지만, 길섶마다 펼쳐지는 바다 풍경 덕분에 발걸음이 무겁지만은 않았습니다.
걷다 보니 다누비 열차를 못 탄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다누비를 타고 빠르게 스쳤다면 놓쳤을 풍경들이 천천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다 너머로 보이는 섬들의 윤곽, 바람에 흔들리는 해송 가지, 길모퉁이마다 다르게 펼쳐지는 절벽 아래 풍경까지요. 아이는 익숙하지 않은 길을 두리번거리면서도 제 옆에 바짝 붙어 잘 따라와 주었습니다. 가끔 마주 오는 다른 산책객분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실 때면, 마음이 한결 풀어지는 기분이었지요. 한참을 걸어 유람선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옷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지만 마음만은 가벼웠습니다.

해녀촌의 회 한 사라와 영도등대, 바다를 마주한 오후
선착장에서 유람선에 올랐습니다. 다행히 태종대 유람선도 반려견 동반이 가능했고, 케이지 밖으로 꺼내도 괜찮다고 안내해 주셨거든요. 다만 처음 타보는 배 위에서 엔진 소리나 흔들림에 아이가 놀랄까 걱정이 되어, 저는 케이지 문을 열지 않기로 했습니다. 익숙한 공간 안에 머무는 편이 낯선 환경에서는 오히려 더 안정적일 거라는 판단이었지요. 아이는 케이지 안에서 잠잠히 있어 주었고,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한결 놓였습니다. 배가 출발하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왔고, 그제야 오전 내내 쌓였던 더위가 조금 가시는 듯했습니다.

배에서 내린 곳은 해녀촌이라 불리는 작은 포구였는데, 이곳에서는 다시 아이를 케이지 밖으로 꺼내 목줄을 채우고 천천히 걷게 해 주었습니다. 좁은 가방 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아이가 네 발로 땅을 디디며 기지개를 켤 때, 보는 저까지 후련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해녀분들이 직접 잡아 올린 해산물을 그 자리에서 손질해 파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짭짤한 바닷냄새와 함께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졌지요.
해녀촌에서는 회 한 사라를 시켜 먹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가격에 비해 양이나 구성이 기대만큼은 아니었거든요. 분위기와 위치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미리 알아보고 다른 선택지를 고려해 볼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바다 바로 앞에서 회를 맛본다는 경험 자체는 분명 특별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다시 천천히 걸어 영도등대 쪽으로 향했습니다. 하얀 등대 너머로 펼쳐진 바다는 정말 압도적이었어요. 절벽 끝에 서서 멀리 시선을 던지면, 하루 종일 짊어졌던 피로가 잠시 멀리 밀려나는 듯했습니다. 등대 주변 산책로에서도 아이는 목줄을 한 채 차분히 함께 걸어주었고, 우리는 그렇게 태종대 곳곳을 다시 천천히 둘러보며 하루를 마무리해 갔습니다.

돌아오는 기차 안, 자리에 앉자마자 저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습니다. 정말 지친 하루였거든요. 그런데 케이지 안을 들여다보니, 아이는 어느새 깊이 잠들어 있더라고요. 종일 낯선 길을 걷고 케이지 안에서 흔들리고 들썩였을 텐데, 이렇게 곤히 자는 모습을 보니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함께 밀려왔습니다. 반려견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해 떠나는 여행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말 쉽지 않습니다. 케이지에 들어가야 하는 시간이 길고, 더운 날씨에는 더더욱 신경 쓸 일이 많거든요. 그래도 태종대처럼 산책로에서 함께 걸을 수 있는 곳, 유람선처럼 동반이 허용되는 곳이 있어서 이런 여행이 가능했다는 게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하루를 함께 견뎌낸 뒤에 돌아오는 길에서야 비로소 느껴지는 보람이 있더라고요. 다음에 또 떠난다면,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 더 여유 있게, 조금 더 다정하게 길을 걸어볼 생각입니다. 방문 전에는 다누비 열차 운행 여부와 반려견 동반 가능 시설을 미리 확인하시면 훨씬 수월한 여행이 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