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기운으로 컨디션이 영 좋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집에만 있기에는 답답한 마음이 컸고, 우리 단지가 자꾸 현관 쪽을 바라보며 어디든 나가고 싶다는 눈빛을 보내더라고요. 가족들과 어디로 떠날지 한참 고민하다가, 동생이 살고 있어 가끔 들르는 포항을 떠올렸습니다. 당일치기 일정이라 짐을 크게 챙기지는 않았지만, 개모차와 단지의 간식, 물, 사료만큼은 빠짐없이 준비했거든요. 여행지에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니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가방이 묵직해졌더라고요. 출발해 도착까지 약 두 시간, 동해 바람을 맞으러 가는 하루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잠시 숨 고른 호미곶
포항에 들어서며 가장 먼저 들른 곳은 호미곶이었습니다. 호미곶은 이전 글에서 자세히 다룬 적이 있어 이번에는 잠깐 머무는 정류장 같은 느낌으로만 들렀거든요. 두 시간을 차에 앉아 오다 보니 단지도 답답해하는 기색이 보여서, 잠깐 내려 바닷바람을 쐬며 짧게 산책을 시켜주었습니다. 단지도 처음 와본 곳이 아니라 그런지 익숙한 풍경처럼 코를 킁킁대며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더라고요.
상생의 손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평일 낮인데도 인증사진을 찍는 분들이 꽤 보였습니다. 저희 가족은 이미 익숙한 풍경이라 오래 머물지 않고, 차에 챙겨 온 따뜻한 차를 한 모금씩 마시며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어요. 감기 기운이 있던 저에게는 이 짧은 휴식이 꽤 도움이 되었거든요. 처음 오시는 분이라면 일출 명소이자 한반도 동쪽 끝이라는 상징성을 충분히 즐기실 수 있는 곳이지만, 저희처럼 다른 목적지로 향하는 길에 잠깐 들르기에도 부담이 없는 장소입니다.
방문 팁을 드리자면, 호미곶은 일출 시간대가 가장 인상적이지만 평일 낮은 한적해서 사진 찍기에 좋습니다. 다음 일정이 있으신 분이라면 30분에서 1시간 정도만 머물러도 충분히 분위기를 느끼실 수 있어요. 짧은 휴식을 마치고 다음 목적지인 환호공원 스페이스 워크로 다시 차를 돌렸습니다.
흔들흔들 떨리는 길, 스페이스 워크의 짜릿함
환호공원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넓은 무료 주차장이었습니다. 인기 관광지인데도 주차 걱정 없이 차를 댈 수 있어 정말 좋더라고요. 다만 주차장에서 스페이스 워크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했습니다. 산 위에 있는 구조물이라 오르막을 한참 올라가야 했고, 우리 단지가 함께 걷기에는 조금 버거워하는 모습이 보였거든요. 평일이었는데도 사람이 꽤 많아서, 저는 단지를 품에 안고 천천히 산길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도착하니 꼬불꼬불하게 꼬인 철 구조물이 눈앞에 펼쳐졌고, 사람들이 군데군데 멈춰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입구에 가보니 반려동물은 출입금지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단지는 아빠께 맡기고 엄마와 둘이서 입장했습니다. 입장료는 없고 야외 시설이라 부담은 덜했는데, 계단을 몇 칸 올라가자마자 갑자기 바람이 불며 구조물 전체가 흔들리는 게 아니겠어요. 이렇게 흔들려도 되나 싶어 무너질 것만 같은 무서움이 밀려왔거든요.
조금 더 올라가니 양 갈래 길이 나왔는데, 한 바퀴를 돌 수 없고 끝까지 갔다가 돌아와 반대편으로 다시 가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발밑은 구멍이 숭숭 뚫린 강철판이라 고소공포증이 있으신 분이라면 정말 힘드실 것 같았어요. 저는 고소공포증이 없는데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바람이 불 때마다 사진조차 제대로 찍기 어려웠습니다. 어떤 놀이기구보다 스릴 있었던 것 같아요. 놀이기구는 안전바라도 있어 안심이 되지만, 여기는 제가 잡고 있는 난간 하나가 유일한 안전장치였거든요. 반대편 길까지 다녀오고 나니 다리에 힘이 너무 들어가 진이 빠질 정도였습니다.
스페이스 워크 안에는 매점이 없고 주변에도 편의시설이 거의 없으니, 물과 간식은 미리 챙겨 가시는 게 좋습니다. 무서움이 많거나 체력이 부담스러우신 분은 반 바퀴만 돌고 내려오시는 편을 권해드려요.

바닷바람과 함께 걷는 해상 스카이 워크
스페이스 워크에서 내려와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한참 숨을 골랐습니다. 다리가 풀려 잠시 차에 앉아 있다가, 여기까지 왔으니 해상 스카이 워크도 가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출발했어요. 스카이 워크 쪽에도 주차장이 있었는데, 무료이긴 했지만 공간이 조금 협소한 편이더라고요. 주말이라면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은 다행히 반려견 출입에 별다른 제제가 없어서 단지도 함께 걸을 수 있었습니다. 아까 산을 오를 때 답답해 보였던 단지의 표정이 한결 밝아지더라고요. 스카이 워크를 따라 쭉 걷다 보면 길 중간에 유리로 된 구간이 나오는데, 발밑으로 파도가 시원하게 부서지는 장면이 그대로 보여 색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인지 유리 부분이 흐릿해 그 점은 살짝 아쉬웠어요. 그래도 바닷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걷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더라고요.
길 끝까지 가다 보면 할머니들이 간식거리를 파시는 모습도 보이고, 멀리 편의점도 있어 스페이스 워크보다는 요기할 만한 곳이 있어 덜 지치기도 했습니다. 오르막이 아니라는 점도 큰 차이였고요. 저희는 스카이 워크를 두 바퀴 정도 돌았는데, 곳곳에서 사진도 찍고 단지와 함께 바다를 바라보며 작은 돌도 던져 보았어요. 스카이 워크 사이에는 여름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풀장 같은 공간이 있었는데, 지금은 운영하지 않고 여름철에만 개방하는 듯했습니다. 실외 해수풀 같은 느낌이라 바위 위에서 노는 것보다는 덜 위험해 보여서,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여름에 한 번 들러보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방문 팁을 드리자면, 해상 스카이 워크는 바람이 강한 날이 많으니 가벼운 외투를 챙기시는 편이 좋습니다. 스페이스 워크와 함께 둘러볼 계획이라면, 체력이 많이 드는 스페이스 워크를 먼저 다녀온 뒤 평탄한 스카이 워크에서 마무리하시는 동선을 추천드려요.
하루 동안 동해 바람을 실컷 맞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단지는 오늘따라 덜 힘들었는지 뒷자리에 앉아 한참 동안 창밖을 바라보더라고요. 그런데 정작 곯아떨어진 건 저였습니다. 감기 기운에 산을 오르고 흔들리는 스페이스워크길까지 걸은 탓이었는지, "내리자"는 말에 눈을 떠보니 이미 집 앞이었거든요. 단지가 저를 보며 "혼자 가더니 꼴좋다" 하는 표정을 짓는 것 같아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짜릿함과 여유가 공존하는 코스라, 반려견과 함께 동해 쪽으로 여행을 계획 중이시라면 환호공원 스페이스 워크와 해상 스카이 워크를 함께 둘러보시는 걸 권해드리고 싶어요.